20세기 초 러시아 시인인 오십 에밀례비치 만델슈탐에 관해 그의 미망인이 쓴 회상록. 러시아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한 시기인 1930년대를 살았던 시인에 대한 회상록은 역사서가 다루지 않는 당시 삶의 일상과 사회 분위기에 대한 묘사, 더 나아가 이에 대한 저자의 가치 평가와 고찰을 담고 있다. 이반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가 스탈린 시대 강제수용소 안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한 정보를 준다면, 나데쥬다 만델슈탐의 이 책은 같은 시기 수용소 철책 밖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미망인은 만델슈탐의 수용소 동료들의 단편적인 기억을 통해 남편의 수용소생활과 사망 시점을 알아내려 했지만, 강제수용소에 갇혔던 사람들은 이미 모두 자신들이 실제 본 것과 들은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였고, 정확한 시간이나 시간의 흐름을 기억하지도 못했다. 이 회상록에서는 시인이 겪은 전기적 사실 외에도 그 아내가 목격한 시인의 창작 과정이나 시인의 세계인식에 많은 장을 할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직업과 병’ ‘작업’ ‘걷기와 속삭임’ ‘책과 노트’ ‘사이클’ ‘쌍둥이 시들’ ‘찬양시’ 등과 같은 장이 전자에 속하며 ‘책 한 권만 읽는 사람’ ‘서가’ ‘사회적 건축’ ‘지상과 지상적인 것들’ 등이 후자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