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작가’ 김도연이 부르는,
소소한 일상을 꾸려가는 우리 주위의 사람들에 대한 찬가
표제작 「콩 이야기」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여기에는, 이전과는 각도를 달리해 펼쳐질 그의 소설세계를 예고하는 어떤 선언이 담겨 있다. 「콩 이야기」에는 마음잡고 해보려던 일들이 모두 실패해 결국 고향으로 내려온 중년의 남자가 등장한다. 그가 10년 동안 고향에서 한 일이라곤 매일 아침 가방을 짊어지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것뿐이다. 도서관에서 그는 ‘콩과 관련한 이야기’를 쓰려 하지만 대개는 제대로 된 문장 하나 완성하지 못한 채 책상에 고개를 박고 잠만 자기 일쑤이다.
그럼에도 그는 ‘콩 이야기’를 쓰려는 시도를 어느 때고 포기하지 않는다. 언제 완성될지 알 수 없는 그 이야기 속에는, 추위에 곱아가는 손을 비비며 콩알을 줍던 어린 시절의 자신과, 시답지 않은 이유로 매일 싸웠다 금세 화해를 하는 부모님과, 목욕탕에서 때를 미는 때밀이, 도서관 옥상에 콩을 심는 사서 등 화려하거나 값나가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작고 가벼운 콩을 보듬어가며 일상을 꾸려가는 우리 주위의 사람들의 모습이 담길 것이기 때문이다.「콩 이야기」의 남자는, 땅에서 조심스럽게 콩알 하나하나를 줍듯, 특별하지 않아 지나치기 쉬운 사람들의 삶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건져올린다. 그것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너른 세계를 조망하던 작가 김도연의 눈에 ‘세밀함’이라는 또하나의 인장이 새겨졌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