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세계를 새롭게 그려 내기 위해 과학을 택했다.”
과학을 가장 문학적인 방식으로 그려 낸 과학 우화
20세기 환상 문학의 거장 이탈로 칼비노. 그를 를 세계 문학계의 독보적인 위치로 끌어올려 준 대표작으로, 천문학, 생물학, 기호학 등에서 규명한 과학적 사실들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상상력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저자는 여타 SF소설처럼 우리의 미래 공간으로서 우주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기원으로 올라가 우주가 생성되는 ‘거대한 과정’들을 지극히 ‘인간적인 차원’으로 축소해 보여 주면서,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인류 기원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주 만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크프으프크(QFWFQ)’라는 화자이다. 이 이름은 발음할 수도 없고, 앞에서부터 읽어도, 뒤에서부터 읽어도 똑같도록 작가가 고안한 이름이다. 크프으프크는 방향성도, 시간과 공간도, 계급도 모두 초월한 존재이자, 인간도, 동물도, 식물도 아닌 초월적인 존재이다. 작품 속에서 크프으프크는 공룡이 되기도 하고 조개가 되기도 하고 물고기가 되기도 한다. 혹은 광활한 우주 속에 무형의 물질로 등장하기도 한다.
「물고기 할아버지」에서, 크프으프크는 양서류로 진화하기 시작하여 뭍으로 올라왔고, 뭍에 사는 생물체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 여인은 태초의 형태를 바꾸지 않고 물에서 살기를 고집하는 크프으프크의 할아버지를 동경하여 물 속으로 다시 떠나고 만다. 우화적으로 표현된 이야기는 생명체의 진화 과정을 표현하고자 했던 이미지였고, 이러한 연상들을 통해 독자들은 뭍에 홀로 남은 크프으프크의 태초적 심리와 ‘물로 돌아간 여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으로 우리 세계와 존재함에 대한 논의를 나누게 되는 것이다. 『우주 만화』는 과학적 사실들을 이미지화하고 우화적으로 그려 낸 작가의 참신함과 섬세함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그 감동은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우주의 질서에 대한 이해와 동시에 경이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