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키 문학상 수상작가이자, 우리에게는 일본 애니메이션 으로 잘 알려진 노사카 아키유키의 전쟁을 소재로 한 대표 단편 12편을 묶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연약한 존재들이다. 이를테면 어린아이, 고래, 앵무새, 코끼리, 말, 늙은 암늑대 등처럼. 그들에게 전쟁이란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과도 같다.
어느 날 아침, 빗발처럼 쏟아지던 소이탄을 피해 산중턱으로 도망가는 소년은, 자신이 키우던 앵무새를 가지러 집으로 뛰어 들어간 사이 어머니와 이웃 사람들을 한꺼번에 잃고 만다. 아이들의 기쁨이었던 동물원의 동물들은 나라의 명령으로 사살되거나 독약을 넣은 마지막 성찬을 먹고 죽어나간다. 암컷보다 큰 몸집을 가지고 있어서 언제나 따돌림을 받던 고래는 어느 날 자신보다 작은 몸집을 가진 '작은 고래' 잠수함을 발견하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잠수함 대신 미군의 폭뢰를 맞고 죽는다.
자신의 전쟁 경험을 서정적이면서도 역설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한때 2차대전의 피해자가 마치 일본인인 것처럼 그렸다는 비난도 동시에 받았던 작가 노사카 아키유키. 하지만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가 어린아이와 연약한 이들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그의 작품들은,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떠나 전쟁이 남기는 뼈아픈 생채기에 대해 어느 작가보다 잘 표현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