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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귀문의 신부 3권 (완결)
글쓴이
차혜영 저
출판사
가하 에픽
출판일
2017년 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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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차혜영

차혜영(차혜英)

4월 21일, 황소자리. 파워풀한 제철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좋아하는 건 (비리지 않다면)먹는 것. 싫은 건 확실하지 않은 것. 취미, 기록하기.
좋아하는 연기자, 송중기. 좋아하는 연예인, B1A4.
자주하는 말, “배고파.”, (점심 먹으면서)“엄마, 저녁 뭐 먹어?”
블로그 운영 중, http://blog.naver.com/cjaa1002
ps. 토끼가 아니라 햄스터 오늘이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 eBook 출간작

덕후와 마법사
소공자 길들이기
골방마녀와 로맨스
붉은 달 아래, 소녀

책 소개

분야로맨스
1. 작품 소개

“난 인간이잖아요. 가온가비는 내가 죽으면 어쩔 거예요?”

좋은 성적으로 간호대를 졸업했으나 1년 만에 겨우 취직한 최다은. 그러나 첫 출근을 앞두고 도깨비 왕 가온가비의 신부가 될 위기에 처하는데…….
언니 진아의 도움으로 한 달의 반만 도깨비들의 마을에서 지내며 출퇴근을 하기로 하지만, 막상 출근해보니 병원의 원장은 도깨비인 반쪽자리 남편이고 병원 직원들은 전부 도깨비 아니면 귀신을 본단다. 게다가 나이트 근무를 하러 간 응급실에는 온갖 신들이 가득하다. 난 평범한 인간인데 정말로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그뿐인가. 인간과 도깨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다은은 점차 결 좋은 회색 머리에 잘생긴 도깨비 가온가비에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귀문과 인세를 넘나드는 도깨비 왕과 인간의 금단의 사랑.

처음부터 내 사람이 아니었다. 착각이었다. 아니, 사람인 적도 없었지. ‘저건’ 도깨비지. 사람이 아니지. 언니가 맞았다. 언니 말이 맞았다. 인간과 도깨비는…….

2. 미리 보기

사뿐사뿐 걷는 떨잠 뒤로 나는 종종걸음으로 따랐다.
문득 떨잠의 과거가 떠올랐다. 희빈의 떨잠. 어쩌면 그 유명한 장희빈의 떨잠이었을 수도 있다. 떨잠은, 감으로 물들인 붉은빛 거친 옷을 입어도 고왔다. 물론 노리개나 비녀도 예쁘지만, 떨잠은 누구에게 뭐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고왔다. 예쁜 게 아니야, 고와. 추측뿐이지만 정말 장희빈의 떨잠이 아닐까? 장신구 삼총사 중 가장 나이 많다는 비녀도 떨잠에겐 ‘명령’은 은연중에 하지 않는다.
“지팡이 할아버지.”
“떨잠이냐?”
“예.”
“무슨 일이냐?”
“각시가 보자, 합니다.”
“어서 들이게!”
정말 무슨 사극처럼 밖에서 누가 왔다, 알리고 허락받자 떨잠이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각시.”
“응?”
“부디 원하는 답을 듣길 바라요. 그리고 후회하지 말아요.”
“아……. 응. 고마워.”
떨잠이 문을 열며 곱게 웃었다.

◇ ◆ ◇

패기 좋게 오긴 했지만, 막상 다과가 오른 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자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상아래 숨긴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까비, 까비!”
“각시의 명령이에요. 들어갈 수 없어요.”
“까비…….”
“각시가 지팡이 할아버지를 만나는 걸 비밀로 하면, 인세로 나가기 전에 왕과 밥을 함께하겠다고 약속했어요.”
“까비! 까비!”
“네, 그러니까 얌전히 있을 거죠?”
“까비!”
방 밖에는 뒤늦게 내가 지팡이 할아버지와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건지, 까비가 들어오려 했지만 떨잠의 몇 마디에 곧 잠잠해졌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떨잠은 훌륭한 조련사였다.
“떨잠이 의외성이 많은 도깨비이긴 하지. 원래 주인의 굴곡 때문인 건지……. 그나저나 우리 귀한 각시께서는 무슨 일로 이 늙은이를 찾으셨을까? 그것도 주위를 다 물리고.”
“할아버지, 급해서 서론은 생략할게요.”
“뭐, 이 나이쯤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랍진 않지. 말해보시게, 각시.”
“저번에…….”
굳이 재촉은 하지 않으시지만 내 마음이 급했다. 내 마음은 급한데 입술하고 합이 안 맞아서, 달싹이기만 했다.
“천천히 말하게나. 늙은이의 시간은 많으니.”
“……전에 저보고 말씀하신 거요.”
“……? 이 늙은이가 뭘 말했었지? 참, 그래. 이제 기억나는군. 이 마을이 안정되고 각시는 무사히 마을에서 나가는 방법을 말하는 것이지? 그래, 그것이 어쨌다고?”
“진짜 있어요?”
“있기야 있지.”
슬쩍 뒤로 몸을 물리면서 느긋하게 수염을 쓰다듬으셨다. 그러면서 나를 바라보는 저 눈빛은 ‘미끼를 문 대어를 어떻게 손질할까?’ 하고 고민하는 낚시꾼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내가 대어라도 좋았다. 난 벼랑 끝에 서 있으니까.
“하지만 왕의 옥음은 그 무엇보다도 무겁지. 그래서 금석지약이라 부른다네. 그런 그것을 깨려면 상상도 못 할 일을 해야 하지. 그래도 하겠나?”
“할게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내가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이 못내 기뻐서 숨이 가빠왔다.
“정말로?”
“진짜, 정말로 할게요.”
그래서 날 바라보는 지팡이 할아버지의 눈빛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읽지 못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단 사실에 도취해 있을 뿐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전부 비밀이라네.”
그리고 언제나 그렇지만, 후회를 할 땐 이미 때는 늦었다.

◇ ◆ ◇

“왕을 죽이시게나.”

◇ ◆ ◇

“왕을 죽이시게나.”
잔혹한 이야기를 하는 지팡이 할아버지는 자애롭게 웃고 계셨다.

◇ ◆ ◇

‘이제 곧 떠나겠지.’
서산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던 가온가비가 설핏 웃었다. 다은은 돌아오긴 했었다. 하지만 딱 그 절반만 돌아왔었다. 혼란스럽던 그 눈. 자신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어쩔 줄 모르던 그 눈빛을 떠올리던 가온가비는 두 눈을 가만히 깜박였다. 자신이 죄인이다. 도깨비로 난 자신이, 숙이랑 그런 약속을 한 자신이, 진아가 지팡이와 그런 약속을 하게 만든 자신이 죄인이다.
문득, 다은과 함께한 다정한 시간이 떠올랐다. 꿈만 같았다. 다은이 웃을 때도 자신은 사라졌다. 무서웠다. 그런데 그이가 웃지 않아도 자신이 사라졌다. 그건 더 무서웠다. 하지만 웃지 않는 다은에게 2주 내내 어찌하진 못했다. 웃지 않고 허공을 바라보는 제 반쪽짜리 아내는 손을 대면 바스러질 것만 같았다.
안다. 귀신과 인간은 맺어질 수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그것은 금기다. 그래서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의 결말은 언제나 비극. 금기는 범하라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오롯이 인간이 아닌 것을 위해 안배된 것. 어느 인어는 비눗방울이 되어 사라졌고, 어느 암호랑이는 사랑한 인간을 위해 죽었다. 천상선녀는 인간 나무꾼의 아내가 되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 선녀는 간신히 하늘나라로 돌아갔다.
‘나는 어떻게 죽을까?’
가온가비는 두 눈을 감았다. 탐하지 말아야 할 것을 탐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돌아올 대가뿐. 원해서 왕이 된 적 없었고, 원해서 그 의무를 수행한 적 없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달콤할 것이다. 금기에 손을 댄 것은 오롯이 제 의지였으니, 후회하진 않는다. 그는 개운한 미소를 지었다.
“까비!”
그때 까비가 온갖 호들갑을 떨며 들이닥쳤다. 웬일로 헤벌쭉 웃으며 제 손을 잡아 이끌었다.
“까비, 까비!”
검은 얼굴 위로 드러나는 선명한 홍조에 가온가비는 멍하니 끌려갔다. 그리고 얼마 만에 넘은 안채 대문 문턱인 것인지. 저 멀리 노리개가 댓돌 아래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다은의 하얀 운동화는 아직 떠나지 않았다. 심장이 떨렸다. 안방 문 앞에서 떨잠이 가만히 머리를 조아리고 방문을 열었다.
거하게 차려져 있는 진수성찬도, 방 안을 은은히 밝히는 촛불도 보이지 않았다. 얌전히 앉아 자신을 바라보며 방긋 웃는 다은만 보였다.
식사는 조용히 이루어졌다. 간간이 얼굴 닳는다고 타박하는 다은만 아니었더라면 가온가비는 한 술도 뜨지 않았을 거다. 예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서로 무슨 마음을 품고 있는지 서로 묻지도, 말하지도 않는다. 방긋방긋 웃고만 있네.
식사가 끝나니 이젠 진짜 가야 한다며 다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져온 캐리어는 부지깽이와 불쏘시개가 미리 차에 실어놓았으니, 다은만 움직이면 된다. 둥실 떠오른 둥근 보름달을 길동무 삼아 둘은 마을을 가로질렀다.
“……저 산은.”
“예?”
“저 산은 어떤 산이에요?”
슬쩍 저를 바라보는 다은의 시선에 가온가비는 뒤늦게 제 아내가 질문한 것을 깨달았다.
“아……. 이름은 나비산이고, 선녀들이 나풀나풀 날아와 목욕한다고 해서 나비산이란 별명이 붙었지. 원래 생긴 모양도 나비 같긴 하다만.”
“아아……. 그럼 안개는요? 원래 마을로 들어오는 길이 그렇게 험해요?”
“안개는 원래 있었고, 길은 예전에 오니들이 쳐들어오고 나서 하느님의 도움을 받아 그렇게 만들었지.”
“그런데 그걸 언니는 왜 쉽게 뚫어요?”
“……그, 글쎄. 그건 우리도 알고 싶은 거라…….”
아슬아슬한 질문은 슬쩍 넘겼지만, 그이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머릿속엔 ‘진아=이해 못 할 인간’이란 공식이 성립해 있는 것 같았다.
“그럼 이건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도깨비가 의사는 어떻게 된 거예요?”
“어, 음. 우리가 예전에 각시를 납치한 것처럼, 할락궁이 아들을 납치했었거든.”
“할락궁이?”
“천계의 꽃을 관리하는 관리. 동시에 의사야.”
“아아……. 그래서요?”
“그 아들도 같이 감은장아기의 미로에 떨어졌었는데, 진아가 다들 같이 데리고 나왔어. 여하튼 진아 덕분에 우리 도깨비들은 신들과 다시 이어졌지만 할락궁이의 분노는 피하지 못했지. 감히 도깨비가 천인을 탐했단 이유로 벌을 받은 거야.”
“의사가?”
“응. 할락궁이 아래에서. 그 아래에서 의술을 배워서 지상의 신들과 인간들을 고치는 게 벌이야.”
오. 다은의 감탄에 가온가비는 조용히 웃었다. 할락궁이는 제 아들을 납치한 도깨비들을 6년간 정말 아주 혹독하게 의술을 가르쳤다. 할락궁이 아래, 근현대에 타계한 인간 의사 출신 정3급부터 종4급 화감들에게 얼마나 가혹하게 의술을 배웠던가. 무려 학부 6년 과정을 2년으로 압축시켜서 공부시켰다. 그야말로 밤낮 없는 생활은 이제 끝이겠거니, 했는데, 함정이었다.
남은 4년 동안 인간세상에서 인턴 1년, 레지던트 3, 4년 수료하고 전공의를 하란다. 게다가 자신은 왕이란 죄목으로 동시에 박사과정까지 밟았다. 신만 고치면 되는 것을, 왜 인간도 고치는 의술을 배우느냐고 항의해봤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게 가능해요?”
“응. 하니까 되더라고.”
그야말로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 다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인간이랑 신을 고치는 건 할락궁이가 내리는 벌이라면서.”
“세상에…….”
“괜찮아. 지금 다른 도깨비 중에서 몇몇 똘똘한 녀석들도 그러고 있어. 우리 병원 레지던트들, 거의 다 도깨비인걸.”
“그건 알고 있어요.”
“아, 그리고 죽을 뻔한 의사들 살려주고 대신 일하게도 시키지.”
“그게 뭐야.”
참 알차게도 써먹는다면서 다은이 키득키득 웃었다. 웃는 다은의 얼굴에 가온가비는 티끌이 되어 사라졌다. 이제는 사라지는 것이 더는 무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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