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간만에 크게 웃으면서 읽은 책이다. 무조건적으로 깊이 생각하라 강요하는 것이 아닌 가볍게 스치듯 쓰여진 글들은 매우 재미있다.

애석하지만 출판할 수 없습니다란 소제목 하에 쓰여진 여러 유명 작품들에 대한 작가의 출판 불가평은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꼬집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한없이 가볍지만은 않다. 그러나 어느 순간 손뼉 치며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전문가들에 의해 극찬받고 여러 방면으로 재해석되는 책들을 다른 방면에서 본 측면도 재미있고 인세 문제를 비롯하여 다른 현대의 상황으로 비꼬는 면도 재미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애석하지만 출판할 수 없습니다'는 바로 이 책의 가장 큰 재미를 준다.

그 밖의 여러 작품들과 사회 현상들을 꼬집는 여러 단문들도 재미있다. 인상깊었던 것은 어린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쿠오레'의 등장인물에 대한 평이다. 순응적이고 국가와 군대에 충성하는 올바른 시민의 양성과 계급사회의 한 단면을 재미있게 꼬집고 있는 프란티에 대한 평을 보고 있자면 이런 식으로 소설의 한 인물을 분석하는 방향도 있겠구나란 생각과 더불어 저자의 독창성을 느낄 수 있다. 쉽게 말해 한 때 유행했었던 흥부와 놀부에 대해 독창적인(처음이 지나자 모두 똑같은 표현을 씀으로 인해 진부하게 변해버린) 인물 해석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깊이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 외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에서 말을 꺼내는 대중의 시대를 비롯해서 이 단문집은 여러 시선으로 역사와 사회와 철학을 조명하고 있다. 일명 전문가들에 의해 주입되는 시선이 아닌 다른 시선으로 사회와 문화를 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현학적인 수사법과 과장된 평들을 역설적으로 이용한 이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란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나를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을 끝까지 유쾌한 감정으로 읽고 나니 드는 생각은 과연 이런 식으로 사고와 시선을 비틀어서 내가 다른 작품들을 본 적이 있나하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 기회와 능력이 된다면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품을 다른 면에서 한 번 접근해보고 싶다는 생각 또한 했다.

또 재미있는 것은 남아있는 것을 토대로 하는 해석에 오류는 없나하는 것을 극명히 보여주는 단문을 통해 다시 한 번 우리가 전통적이라고 해석하고 평하는 것에 문제는 없나하는 의문점을 제기해준 것이다. 가벼운 것이 시간이 흘러 가볍지 않게 되는 현상을 생각해보면 짧은 단문들이 모여 참 많은 사색을 하게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