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문학의 버지니아 울프로 불리는 사하르 칼리파
팔레스타인, 그리고 아랍 여성의 운명을 이야기하다
이스라엘의 억압과 횡포에 시달리는 민족, 그 중에서도 가부장 전통이 강한 아랍 문화에서 억압받는 여성으로 살아가는 작가 사하르 칼리파의 작품이다. 여성적 자아가 강한 글쓰기를 하면서도 민족문제를 집요하게 추구하는 저자는 『유산』에서도 많은 자식들을 거느렸지만 자식들이 가진 하나하나의 문제에 대해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하며 무능력한 아버지, 똑똑하고 사려 깊은 성격의 소유자로 민족해방 조직 활동을 했지만 패배감에 휩싸여 무기력한 생활을 영위하는 아들 마진 등 민족의 상황을 대변하는 다양한 인물을 통해 남성중심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에 대한 연민을 드러낸다.
『유산』에서 ‘유산’이란 두 가지의 상징을 지닌다. 주인공 자이나가 아버지에게 받을 유산과 형태는 없지만 아랍인, 팔레스타인이기 물려받은 정체성이 바로 그것이다. 팔레스타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자이나는 미국에서 성공한 여성이 되지만, 언제나 자신의 뿌리를 알고 싶은 욕망과 갈등을 겪는다. 어느 날 아버지의 고향 ‘와부 알 리한’에서 아버지가 임종을 맞으려 한다는 소식, 그리고 자신에게 남겨질 유산이 일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의 고향으로 간다. 물질적인 유산으로 인해 벌어지는 인물들의 갈등 속에 혼란스러워 하는 자이나는 한편으로 아버지에 대한 친척들,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팔레스타인이라는 민족으로 또 아랍 여성으로 살아가는 인물 자이나의 모습을 자세히 그린다. 그의 정체성은 갖은 패배와 억압 속에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여성을 재조명하고, 우리시대에 우리가 물려 받고 물려 줘야 할 진정한 유산은 무엇인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