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9년! 다윈의 역작 ‘종의 기원’이 발표된 해인데, ‘다윈은 세상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에서는 1859년 이해에 이루어진 과학과 기술의 성취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한 시대도 아니고 특정 연도에 일어난 과학과 기술의 성취에 대해 공시적 시각으로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것은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판한 1859년에 그만큼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윈이 '종의 기원' 을 출간한 것이 11월 , 그것은 기념비적인 성과가 분명했지만, 1859년에 이룬 성취의 전부가 아니었다. 세상은 1859년 첫날부터 변화의 조짐이 뚜렷했고, 거대한 변화에 휩싸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는 오로지 종의 기원에 대해 초점을 맞추지 않고, 오히려 다른 과학적 성과와 일상에 대해 더 눈길을 두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1859년에 이루어진 과학과 기술의 성과는 그 하나하나 다 읽어 가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 400쪽 가까운 이 책을 가득 메울 정도였으니 수많은 과학적 성과에 놀라는 한편으로 서구에선 이렇게 과학이 발전하고 수많은 발전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 시기에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철종이 재위하던 시기, 봉건성조차 탈피하지 못한 채 전(前)근대에 머물러 있었던 우리의 그 시절은 돌이켜보면 볼수록 안타까웠다.

1859년에 일군 굵직한 성과 몇 가지만 꼽아보자면 수에즈 운하가 착공됐고, 기차와 증기선의 대중화가 이루어졌고, 노동조합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도서관에 읽을거리가 늘어나고, 최초로 여성 개업의가 등장했다. 대륙을 잇는 해저 테이블에 브래지어가 특허로 등록됐고, 파스퇴르가 자연 발생설을 뒤집는 실험에 성공했다. 그리고 68억 명인 지금의 인구를 생각하면, 약소해 보이지만 인류의 인구가 처음으로 10억 명을 넘어선 것이 1859년 이 해인 걸 보면 분명 세상은 변화하고 있었다. 과학과 기술, 최신 발명품의 등장은 라이프 스타일에도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어렸을 때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읽었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80일 동안 세계 일주’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지 싶었는데, 불가능하게만 여겨졌던 80일 동안 세계 일주가 꿈이 아닌 실현 가능하게 된 것이 이 무렵쯤이었을 것이다. 1859년에 이루어진 증기선, 기관차가 대중화 되는 등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지구를 좁고 가깝게 만들었던 것이다. 여행을 즐기고 또 극장이나 음악을 즐기는 공간도 생기고 가스등이 도시의 밤을 밝히는 세상, 분명 놀라운 세상이었고, 신세계였을 것이다. 일반인들은 이런 신세계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삶의 방식을 바꿔갔을 것이다.

그러니까 다윈이 본 1859년 당시의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종의 기원’ 또한 1859년에 이룩한 수 많은 성취와 변혁의 흐름 가운데 탄생한 한 가지라는 평가는 ‘종의 기원’이 인류 지성사에서 받는 대접에 견주어 보자면 인색해 보이긴 하지만, 그러나 이런 평가가 아주 일리없어 보이진 않는다. ‘종의 기원’의 발표 역시나 변화의 물결이라는 영향 속에서 이루어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다윈이 아직은 남아있는 종교계의 영향력을 의식하며 ‘종의 기원’의 발표를 미루고, 또 종교계의 압력을 두려워했다는 후문이 있는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서구의 19세기는 과학이 사회의 발전을 주도하고, 또 그 성과는 사람들의 생활을 물질적으로 또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활력을 불어넣었다. 1859년에 이루어진 하나하나의 성과물 역시나 이런 근대적 속성과 변화의 흐름을 반영한 거대한 흐름이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변화의 흐름은 다시 다윈의 걸작 ‘종의 기원’을 탄생하게 만든 자양분이 됐다. 그런 만큼 1859년은 시대를 주도하는 도도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그 변화의 차원을 높였던 기념비적인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인류 역사에서 1859년은 문제적 연도로 충분히 기억될 해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