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관한 한 최고의 이야기꾼' 으로 불리우는 웬디수녀가 이번에는 미국 미술관 순례에 나섰다. 왕가의 유산을 중심으로 세워지는 유럽 미술관과 달리 미국의 미술관은 크고작은 기증자에 의해 일궈진 경우가 대부분. 웬디수녀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들의 열정에 감탄하면서, 미국 전역에 산재한 미술관 가운데 여섯곳을 골라 친절한 가이드 역할을 자처한다. 1권에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보스턴 미술관,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가 소개되었다.
웬디 수녀가 6개의 미술관을 고를 때 첫번째 기준으로 삼은 것이 '아주 넓은 범위의 다양한 미술품을 소장할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흔히 미술품하면 떠오르는 회화나 조각 이외에도 현존하는 가장 아름다운 6옥타브 피아노나 정통 일본식 정원 텐신엔(天心苑), 페루의 제의용 칼까지 여러 문화권의 다채로운 예술품이 수록되었다. 물론 세계적인 컬렉션을 자랑하는 미술관답게 익숙한 대작들도 빼놓을 수 없다. 고갱의 필생의 역작 , 쇠라의 , 이집트의 등이 '직접 눈으로 보고싶다'는 욕심을 자극한다.
“제아무리 크고 복잡한 미국의 미술관들도 이 위대한 이야기꾼 앞에서는 순둥이가 된다”는 이주헌씨의 말대로, 웬디 수녀는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면서도 미술사적인 의미나 보편적인 작품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건드린다. 예를들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끝에 매달린 아담과 이브의 모습에서 위대한 신학적 진실을 발견하고, 쇠라의 에서는 고요하고 질서 정연한 신성한 세상을 본다. 점묘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고전적 구성에 대한 언급도 없이 쇠라가 평생동안 추구한 목표를 바로 전달해 주다니 역시 웬디 수녀답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작품당 할당된 분량이 2~4 페이지 정도로 짧은 편이라는 점. 그러나 전체 작품과 디테일을 알맞게 잡은 도판과 미술가의 약력이나 일화를 담은 박스기사가 곳곳에 배열되어 내용을 보강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