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민음사에서 펴낸 박인홍 작가의 단편모음집 『벽 앞의 어둠』을 수정, 보완하여 새롭게 펴낸 책이다. '허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내재되어 있는 작가의 작품에는 하나의 사회적 구성체를 이루는 법, 언어, 역사, 세계관, 시대정신과 같은 것들이 총 망라되어 있다. 그 세상에 참여하는 '나'마저도 하나의 구성체에 불과한, 부정과 해체의 작업을 시도했다. 저자는 삶이나 현실, 외부 세계가 별다른 의미나 가치가 없는 것으로 취급한다. 삶과 외부 세계의 무의미와 몰가치를 그대로 형상화하기 위해 작품에서 의도적으로 형식을 파괴하고 있다.
형식의 파괴로 주목을 받는 이 작품은 철저히 글 쓰는 ‘나’라는 주어의 외로운 고행의 기록이라는 면에서 또한 주목을 받는다. 새로운 형식에 새로운 소재를 통해 펼쳐지는 저자의 작품세계를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