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바람이 차갑다.
만주의 혹독한 겨울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징조다. 그리고 그건 전투를 치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오후.
이층 단 위에 서 있는 대원수 이청(李靑)은 호랑이 같은 눈으로 전장을 바라보았다.
예순넷의 노장군(老將軍)이긴 하나 기력은 어지간한 청년보다 뛰어난 인물로, 각종 병장기와 승마술에 능했다.
스물아홉 때 무과에 급제해 관직에 들어섰고, 북직예와 산동에서 삼 년씩 복무했다. 그 이후로 북방의 야전에서 대부분의 세월을 보냈으며, 마침내 사 년 전, 북로삼군(北路三軍) 중 북로동군(北路東軍)의 총사령관, 대원수 자리에 올랐다.
야전의 많은 장수로부터 전폭적인 신망을 받고 있는 그는 대원수 자리에 취임하며 오 년 안에 만주를 평정하겠다고 일갈했다.
하지만 어느새 사 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도 내세울 만한 전공을 아직 얻지 못했다.
황궁의 몇몇 관리들은 이런 이청을 가리켜 무능하다고 성토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일부였다.
삼십여 년간 지속된 전쟁이 의미하는 건 적의 전력이 그만큼 출중하다는 것이고, 북로중군이나 북로서군도 딱히 주목할 만한 전공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