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일한 대상을 두고도 생각은 각양각색. 여러 사람의 생각이 다르듯이 한 개인 그 안에서의 생각 또한 일관적이지 못한 경우가 있다. 사물에 대해 갖는 관념은 다양하면서도 편협하다. 술... 술... 술이라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뭔가. 나는 아침에 구역질인데 그 구역질에 맞먹는 자유가 또한 연상된다. 이것이 문제다. 중독자들의 특징에는 심리적 이유, 부끄러움과 과도한 수치심이 내재되어 있다고 한다. 어떤 강박이 어깨를 내리눌러 그 엄혹한 족쇄를 지고 살아야 할까. 그래서 술을 찾아 잠시 일순간의 해방감을 느끼려고 할까. 무서운 일이다. 종일 구토를 하고 역겨움에 시달리면서도, 내 앞으로 술 마시면 개라는 소리를 입에 담으면서도 몇 날 며칠 휴지기를 거치고 나면 다시 생각나는 술. 그것은 결국 자승자박의 결과일밖에. 얼마나 많은 제약으로 스스로를 결박해 왔는지를 먼저 살펴야 옳겠다. 그것이 참 힘들고 번거로운 일이라 다시 술을 찾는다. 자유다.

2.

이 책은 최근 내가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분야, 중독자에 대한, 특히 알코올 중독에 대한 이야기를 이야기형식과 전문지식을 골고루 배합해놓은 구성으로 읽기에 쉽게 이해하기 쉽게 잘 씌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성질 급한 읽는이는 때때로 이야기글, 가명으로 거론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훌쩍 뛰어넘고 핵심내용만 골라 읽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 책은 처음 제작 의도와는 달리 매우 가벼워질 것이고, 글쓴이 김태광 씨의 생각에 멀찌감치 비켜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사적으로 이 책에서 알맹이만 골라낸다면, 1장에서의 알코올중독 진단테스트, 2장 ppr 기법으로 예상된다. 진단테스트는 인터넷 검색으로 충분히 만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이 책에서 언급하는 설명구들은 친절하기 때문에 단순히 테스트만 하고 넘어가는 것보다는 이 책을 읽으며, 알코올에 대한 자가진단 또한 유익할 것으로 보인다. 2장에서, 이 책의 실제적 목적인 '단주기법' 전수(?)를 배울 수 있다. 글쓴이는 이렇게 표현한다. "간단하지만 위력적인 PPR기법". PPR기법을 간단히 살피면 다음과 같다. 기억하기(과거), 느끼기(현재), 보상하기(미래). 기법에 대한 설명을 살핀 뒤에는 실전연습이 이어지는데, 본보기를 제시하고 있어서 각 상황에서 행동대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3.

"하지 않겠다"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노릇이다. "하겠다"는 것 또한 어렵다. 이 말은 분명히 '열등감'을 내포하고 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자각(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나는 지금 '술이 인생을 망친다'를 읽고, 그 책을 다시 살피면서 글을 쓴다. 나를 쓰고 있다. 쓴다는 것을 결국은 기억인 셈인데, PPR기법에서처럼 현재를 '느끼기'에 초점을 맞춘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가치평가를 관두고, 타자가 나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도 다 관두자. 그리고 자유롭게, 하나의 개체로 살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유체이탈로 한 번 관찰해 본다.

등 굽은 한 아이가, 책상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만 보고 있다. 그 앞에는 '술'이 크게 표기된 책이 있다. '술이 인생을 망친다'를 읽었나 보다. 그 아이는 분명 술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 생각이 행동으로 옮아가기까지 얼마만한 시간이 걸릴지 지금 당장은 모른다. 알 수 있는 것은 그 아이가 '술'에 관한 책을 읽었다는 것이고, 그 책 읽은 이야기를 간단히 기록한다는 것이다. 이제 몸으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맺는다.

4.

술 권하는 사회는, 없다. 다만 술 권하는 사회로 명명하며 폭음을 정당화할 뿐. 시대를 한탄할 이유도 없고, 사회를 탓할 것도 없고, 관계에 괴로워할 계제가 아니다. 술을 대체할 수 있는, 술 마시는 행동을 대체할 수 있는, 정확히는 지나치게 술을 마시는 행동을 갈음할 수 있는 그 무엇을, 내게 적합한 그 무엇을 찾아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