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라는 별에 불시착한 이들을 환대하는 따뜻한 시선
소설가 이정임이 등단 10년 만에 첫 소설집 『손잡고 허밍』 을 펴냈다. 총 9편의 작품이 수록된 이 소설집은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자기 삶의 자리를 부여받지 못한 채 부유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9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다채로운 인물들은 지구라는 별에 불시착한 ‘외계인’과 같이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추방당한 존재들이다.
가난 때문에 미아 임시보호소에 버려진 미영(고양이를 부르는 저녁), 어린 시절에 아빠를 잃고 심리적 결핍을 가지게 된 ‘나’(옷들이 꾸는 꿈),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최정미(태양을 쫓는 아이), 세상과 인연을 단절한 채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현림(손잡고 허밍), 힘겨운 삶의 조건 속에서 자신이 딛고 설 자리를 완전히 상실해버린 케이(허공의 케이), 번번이 취업에 실패해 임시 공공근로를 하며 살아가는 계인(당신은 어느 별에서 오셨습니까?), 비정규화된 삶의 방식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취준생(반짝반짝, 빛나는), 철인 28호처럼 강해져야만 하는 취업 포기생 병태(비틀젠틀 셔틀맨),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누구보다 세상을 빨리 달려야 하는 퀵서비스 청년(축지법교본) 등이 그러하다.
『손잡고 허밍』은 이들의 삶과 그 속살을 따뜻한 시선으로 예민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곳, 그 심연을 파고드는 이정임의 작품이 앞으로도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