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로 시작하는 가곡 〈명태〉로 더 유명한 시인 양명문의 작품을 모은 시선집. 동경에서 일본어로 쓰인 『화수원』을 상재한 후 1984년 마지막 시집 『지구촌』을 출간하고 지병으로 타계할 때까지 시를 놓지 않았던 서정시인 양명문은 40년 이상의 꾸준한 시력과 만만치 않은 작품량, 중심적 문단활동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시인이다.
식민시대의 질곡과 혼란스러운 해방정국, 비극적 전쟁기의 중심을 통과한 후에 다가온 체제와의 갈등 속에서도 늘 서정의 세계를 추구해온 양명문의 시작 속에는 일관되게 몰두한 그리움, 열망, 지향 등 현재의 결핍과 불만족을 채우고자 하는 간절함으로 가득 차 있다. 환희와 기쁨, 슬픔과 눈물겨움, 그리움 등 삼원색처럼 선명한 정서들이 생활언어와 무심한 가락을 타고 분출하는 시편들과, 관념과 추상을 현실의 구체적 이미지, 선명한 상징으로 바꾸기를 의도적으로 거부한 시편들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작품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