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사 위주의 세계사
종래의 역사학이 거시사 위주였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후 미시사 위주의 세계사를 쓰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세계사 특강』은 이러한 시도의 일환이다. 영국의 저명한 인문학 출판사인 루틀리지에서 제작된 이 책은 '세계사의 기초'라는 멀티미디어 프로젝트를 이끈 캔디스 고처와 린다 월튼이 만들었다. 국내에 아직 소개가 덜 된 굵직한 연구 성과가 다수 포함되었다.
책을 지탱하고 있는 11가지 주제는 세계사 이해의 핵심적인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면 도시, 종교와 공동체, 문화와 기억, 젠더 등이 그것이다.
세계체제론자들이 주장하듯, 세계 전체적인 틀에서 바라볼 수 있는 학문적 시각이 요구되지만 아직가지는 미흡한 게 사실이다. 실제로 우리는 인류의 역사를 서양사, 동양사, 유럽사, 아시아사 등으로 공부해왔다. 이에 비해 이 책은 기존의 지역적 구분에 의거하지 않고 경제사, 과학기술사, 문화사 등으로 분야를 나눠서 접근한다.
이미 눈치빠른 독자라면 눈치챘겠지만 저자들이 책을 통해 주장하려는 바는 국경과 지역을 넘어 상상하자는 것이다. 젠더, 가족, 문화와 기억 등 거시사에서 소홀히 한 주제들이 이 책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