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서울대생 8명이 돌연 머리를 깎고 출가한 일이 세간에 화제가 됐다. 어떤 이는 행정고시에 합격한 사무관직을 접고, 어떤 이는 장남의 무게를 밀어낸 채, 행랑 하나 달랑 맨 출가승이 됐다. 세계적인 수학자가 꿈이었고, 장래가 촉망되던 경제학도였던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5월, 이들 8명의 구도생활을 다룬 특집방송이 방영되면서 스님들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꿨다는 이 책 또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돈오돈수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면서 한단계 발전된 구체적인 수행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한 재야수행자의 수행지침서, 바로 법기 강정진 거사의『영원한 대자유인』이 그것이다.
한국 불교의 중심은 선불교이고 그 중에서도 선사들의 법어인 화두를 끝까지 탐구하는 간화선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수많은 불교 출가수행자들은 오늘도 제각기 화두를 들고 참선에 정진하고 있다. 하지만, 번뇌가 없어졌다고, 명멸하는 아뢰야식을 보았다고, 또렷또렷한 의식에 이르렀다고 이를 '돈오'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잘못된 선지식의 여러 유형을 분석하면서 돈오 이전에 나타나는 이런 여러가지 경계에 이른 것만으로는 엄밀한 의미의 '돈오'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돈오'란, 미세망념(微細煩惱)이 모두 평정되고 안(無記)과 밖(煩惱)이 밝음으로 꿰뚫어지면서(內外明徹)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돈오 이후엔 더 이상 닦을 미망(迷妄)이 남아 있지 않아야 비로소 '돈오'가 가능해진다는 것.
이를 뒷받침하는 논의로 그는 구체적인 수행 단계를 제시한다. 행주좌와 일여→어묵동정 일여→몽중일여→숙면일여→내외명철→돈오. 가령 어묵동정 일여에 가까워지면 아뢰야식이 명멸하기 시작하는 상태, 숙면일여에 다다르면 중생의 추번뇌는 모두 평정되고 미세번뇌만 남게 되는 상태이며, 따라서 명멸하는 아뢰야식을 본 것은 결코 성품을 본 것이 아닌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 반면에 또렷또렷한 의식(意識)이나 기분좋고 밝고 편안한 무기(無記)의 경계는 행주좌와 일여에도 이르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수행방법의 선택에 있어서도 처음에는 관법(觀法)을, 다음으로 염법(念法)을, 마지막엔 의심법(疑心法)으로 나아가는 것이 '돈오'를 이끌어내는 가장 적합한 방법임을 주장한다.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불교 수행의 개념을 저자의 체험에 기대어 구체적이고 쉬운 언어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 난해한 불교 논리의 경우, 관성의 법칙이라든지, 삼각형 합동원리 등을 빌어 이해를 돕고 있으며, 여러 연령층이 볼 수 있도록 글자 포인트도 크게 키웠다. 부록으로는 KBS TV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토대가 된 원고 중에서 수행을 위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을 문답식으로 간편하게 엮은 것과, 서울대학교 불교수행동아리 '법기사'의 법과 이론에 등장하는 주요 개념 용어풀이를 함께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