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여성 예술가들 모임, '게릴라걸스'의 유쾌한 서양 미술사 읽기
게릴라걸스(Guerrilla Girls)라는 단어가 암시하듯, 게릴라걸스의 활동은 게릴라처럼 예측할 수 없고 대응하기 힘들다. 익명의 여성 예술가들로 구성된 게릴라걸스는 미니스커트에 망사 스타킹을 신고 고릴라 마스크를 뒤집어 쓴 모습으로 공공장소에 나타난다. 그녀들이 사회에 요구하는 바는 간단하다.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반대하자는 것이다.
『게릴라걸스의 서양 미술사』는 제목 그대로 그녀들이 다시 쓰는 서양 미술사이다. 게릴라걸스는 부권적 권력이 사회를 지배하고 이러한 지배가 미술사에도 그대로 통용된다는 사실에 문제 의식을 가진다. 저자들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걸린 작품의 단 5%가 여성 화가들의 작품인 데 비해, 이 미술판에 걸린 누드화의 85%는 여성을 그린 누드화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한다.
과연 남자가 여성보다 훨씬 예술적 소질이 뛰어나서 이러한 현상이 발견되는 것일까. 게릴라걸스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녀들은 이 책을 통해 여성들이 예술가적 기질을 유례없이 발휘한 사례와 그녀들의 작품이 어떻게 은폐되었는지를 추적한다. 즉, 이 책은 여성사적 관점에서 본 미술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