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한 삽화배치와 독특한 상황을 장기로 갖고 있는 작가는 가족사를 즐겨 다루고 있다. 초기작 "멀리 있는 땅"의 세목묘사는 가히 압권일 터, 그 연장선상에서 가족 간의 상처를 다루는 솜씨는 이번 작품집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인사동 블루스"와 "도쿄, 까마귀"는 다소 낭만적인 터치로 접근하지만 날카로운 송곳니를 지닌 맹수처럼 주제를 저작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트라우마'나 '까마귀' '무도증'과 같은 상징적 매개물을 활용해 주제구체화에 천착해 간다는 것이다. 상처 입은 사람에 대한 따뜻한 휴머니즘과 허위와 가식, 배금주의적 인간에 대한 냉철한 고발을 양날의 칼처럼 지니고 나타난 작가의 세 번째 창작집은 일상의 범속한 삶을 사는 우리에게 섬뜩케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원섭(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