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시아 데이 세르비 서점은 작은 등대이자 하나의 기적이었다.”
1960년대 밀라노, 가톨릭 신부이자 시인 다비드 투롤도를 중심으로 이상적인 공동체를 꿈꾸며 코르시아 서점에 모인 젊은이들. 시내 번화가의 산카를로 성당 한구석을 빌려서 문을 연 이 서점은 계급적인 중세 교회제도를 쇄신하려는 ‘새로운 신학’ 사상과 2차대전 당시의 저항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의 수도원과 구별되는 종교적 공동체를 모색하던 이들이 모여 활발히 교류하던 장이었다. 십여 년간 서점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작가는 이방인의 감각으로 관찰한 그들의 순수한 열정과 자유, 소박한 일상 사이로 엿본 이탈리아 귀족사회의 일면 등을 담담하게 펼쳐놓는다. 서점의 비밀스러운 후원자였던 상류층 노부인 테레사(「입구 옆 의자」), 출판 분야를 도맡으며 사상적인 중추 역할을 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서점을 떠나야 했던 가티(「어린 여동생」), 교회 당국의 압박으로 결국 이름을 바꾸고 이전한 뒤에도 서점의 정신을 이어가려 애썼던 루치아(「보통의 짐」) 등, 젊은 날의 꿈같은 공간에서 만나고 헤어진 이들의 이야기 열한 편이 하나하나 단편영화처럼 섬세하게 그려진다.
젊은 우리는 각자 마음속 서점의 모습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외곬으로 나아가려고만 했다. 우리의 차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궁극적으로 지니고 살아야 하는 고독과 이웃하고 있으며, 각자가 자기 자신의 고독을 확립해야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적어도 나는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젊은 날 마음속에 그린 코르시아 데이 세르비 서점을 서서히 잃어감으로써, 우리는 조금씩, 고독이 한때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황야가 아님을 깨달았던 것 같다. _본문에서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은 슬픈 이야기다. 한 사람 한 사람 나이를 먹으며, 어떤 이는 죽고 또 어떤 이는 새로운 터전을 찾아 뿔뿔이 흩어진다. 그래도 스가 아쓰코는 그리운 얼굴들을 품안 가득 껴안고 삶에 대한 기쁨을 곱씹는다. 인간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목소리를 문장 구석구석에서, 행간에서 들을 수 있다. 몇십 년의 세월을 거쳐 그녀의 기억에서 불려나온 이들의 모습은 더없이 단단하고 눈부시다.
_마쓰야마 이와오(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