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리얼리즘의 탄생을 예고하는 신예작가 배지영의 첫 소설집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오란씨」로 등단한 신예작가 배지영의 첫 소설집이다. 생생하고 야성적이며 다채로운 언어로 일상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폭력이 난무하는 세계를 섬뜩할 정도로 실감 나게 그려내는 저자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공간을 공포의 공간으로 보여주면서 현실에서 외면하고자 하는 어두운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 책에 담긴 작품들 역시 현대인의 불안과 공포, 우리 사회의 어둠과 광기, 개인의 본능적 욕망과 괴물성을 입체적으로 보여 주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신뢰를 안고 있다.
이 소설집에는 총 7편의 중·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서울 변두리인 ‘모래내’의 풍경과 서울이 뱉어 내고 폐기 처분한 밑바닥 인생들을 집중적으로 묘사한 표제작 「오란씨」를 비롯하여 도심 한복판, 즉 중심부를 떠다니는 불안과 공포를 그린 「버스―슬로셔터 No. 1」과 「몽타주―슬로셔터 No. 2」,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약육강식의 법칙에 기계적으로 순응하며 저항하지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도 않는, 오직 생존을 위한 동물적 본능에 충실한 인간들을 그려낸 「파파라치―슬로셔터 No. 3」와 「어느 살인자의 편지」 등을 통해 저자는 새로운 리얼리즘의 작품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