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책을 읽었다.

이탈로 칼비노의 짧은 소설이다.

전쟁에 참가한 테랄바의 메다르도 자작은 전쟁에서 죽지 않고 살아온다. 그런데 전쟁에서 총상을 입은 자작은 신기하게 몸이 정확히 절반으로 쪼개지게 되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오른쪽 절반의 몸으로 고향 테랄바에 돌아온다.

여기서 작가는 나머지 반쪽은 죽은 것이 아니라 나중에 마을로 돌아오게 하는 극적 장치를 마련하였다.

인간이 반으로 나뉜 불완전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을까?

불완전한 존재인 메다르도 자작의 오른쪽 반쪽은 악하기만 한 악인이다.

마을에서 온갖 나쁜 짓을 도맡아하게 된다.

그는 어머니와도 같은 유모를 문둥병으로 몰아 성에서 추방하기도 하고 온갖 고문기구를 기계의 장인 피에트로키오도에게 만들게 하기도 한다. 그의 명령을 거스르기 힘들어 이 기계 천재는 자신의 모든 역량을 발휘해 임무를 완수한다.

그러던 와중에 자작의 또다른 반쪽이 마을에 나타난다. 선한 메다르도이다.

그는 긍휼의 마음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선행을 한다.

그런데 그가 베푸는 선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의 지나친 선행이 마을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가 배운 선은 좋은 것, 악은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이 철저하게 무너진다. 살다보면 선한 것이 꼭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결국 메다르도 자작은 완전한 인간으로 돌아온다. 그런데...그게 소설의 해피엔딩은 아니다.

둘이 합쳐졌다고 무언가 반전이 일어나거나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믿었던 내가 순진했다.

인간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다. 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인간은 한 없이 불완전한 존재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아, 파멜라. 이건 반쪽짜리 인간의 선이야. 세상 모든 사람들과 사물을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야. 사람이든 사물이든 각각 그들 나름대로 불완전하기 때문이지. 내가 성한 사람이었을 때 난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귀머거리처럼 움직였고 도처에 흩어진 고통과 상처들을 느낄 수 없었어. 성한 사람들이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도처에 있지. 반쪼가리가 되었거나 뿌리가 뽑힌 존재는 나만이 아니야. 파멜라. 모든 사람들이 악으로 고통받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리고 그들을 치료하면서 너 자신도 치료할 수 있을 거야"

p.88 선한 메다르도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