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이념 대립으로 사리진 책에 대한 장송곡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20세기를 '극단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진보와 폭력이 공존한 시대였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양립한 시기였다. 20세기에는 양 극단만이 존재했을까. 실제로 20세기에는 다양한 이데올로기가 범람했다. 가장 큰 대립은 자본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으로 갈라진 냉전 구도였으나 동일한 진영 내에서 여러 가지 이념이 대립했다. 스탈린의 소비에트와 마오이즘의 대립은 같은 공산권 내에서의 대표적인 갈등에 해당한다. 그 외에도 파시즘, 나치즘, 아나키즘 등 다양한 이념이 대립을 계속했다.
우리말로 '이념'이라고 번역되는 이데올로기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진실이 아님에도 진실이라고 믿는 환상이라는 뜻이다. 이는 주로 마르크스주의가 주류 체제에 대해 비판을 할 때 사용했던 용법이다. 다른 하나는 적의 세계관을 공격할 때 주로 사용되는 의미로, 선전·선동이라는 의미이다. 우리사회에서 '빨갱이'라고 이념 공세를 펼 때는 후자의 맥락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이데올로기는 뒤에 설명한 이데올로기와 관련있다. 이 책은 이데올로기 전쟁에 의해 희생된 책을 다룬다. 진시황제가 분서갱유를 한 사건을 시작으로 역사상에는 금서 취급을 당하며 사라진 수많은 책이 존재한다. 『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는 근대사 속에 희생된 책을 소개한다.
5가지의 사건 중 한 가지를 소개하자면, 나치의 파괴 사례를 들 수 있다. 나치가 유대인 학살을 감행하면서 책도 피해자가 되었다. 1938년에 '크리스탈나흐트(Kristallnacht, 수정의 밤)' 도중에 16,000여 권의 책도 함께 파괴되었다. 국가사회주의, 인종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남긴 만행이었다. 그 밖에 세르비아가 보스니아에서,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마오주의자들이 티베트에서 책을 학살한 사건이 차례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