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무라 가오루를 일약 '일본 미스터리의 여왕'으로 등극시킨 장편소설로, 1993년 발표 후 1년 동안 32쇄가 판매될 정도로 일본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이 작품은 '본격적인 경찰 소설의 탄생'이라는 평가와 함께 다카무라 가오루에게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나오키 상의 영예를 안겨주었다. 이후 재일교포 최양일 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쇼와 51년(1976) 가을, 험준한 미나미알프스에서 한 등산객이 토목건설회사의 인부에게 살해된다. 비슷한 시기, 근처에서는 한 가족이 자동차 배기가스로 자살을 시도한다. 차에서 탈출한 아이는 칠흑 같은 어둠과 쏟아지는 눈 속에서 극적으로 구조된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헤이세이 4년(1992) 10월 1일, 3년 동안 광기를 충전시킨 청년이 형무소에서 출소한다. 그리고 며칠 후, 노상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누구보다도 빠르게 현장에 도착한 도쿄 경시청 수사1과의 고다 경부보가 수사를 시작한다.
『마크스의 산』은 여느 미스터리와는 다른 파격적인 구성과 빼어난 서사가 특징이다. 소설에는 완벽한 범행의 시나리오나, 범인과 그의 뒤를 쫓는 인물들 간의 치열한 두뇌 싸움, 허를 찌르는 반전 등은 등장하지 않는다. 작가는 미나미알프스에서 발생한 세 건의 살인사건과 16년 후 도쿄에서 벌어진 연속 살인사건을 치밀한 구성을 통해 무리 없이 연결함으로써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또한 경찰 내부 구성원 간의 갈등, 경찰의 수사를 방해하는 검찰과 법무성의 간섭, 그리고 그들과 현장 경찰 사이에 발생하는 대립 등을 사실적이고 상세하게 묘사하여 몰입을 돕는다. 『마크스의 산』은 이처럼 인간과 조직, 인간과 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미스터리' 와 '살인'이라는 소재를 통해 날카롭게 파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