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에 의한 실종
1998년 『경향신문』으로 등단한 소설가 한지혜가 6년 만에 두 번째 소설집을 냈다. 청년 세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성숙’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며 “생활의 진실”에 천착한 그의 첫번째 작품집이 작가 자신의 자전적 서사를 담아내기에 주력했던 데 반해 이번 작품집은 자전적 서사의 틀 밖으로 나아가려 시도해온 지난 6년간의 여로가 담겨 있다.
다채로운 아홉 편의 이야기들 속에서 주요하게 반복되는 모티프는 바로 ‘실종’이다. 가정으로부터 또는 법망으로부터 떨쳐나간 이탈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번 소설집은, 그들의 실종을 초래한 우리 사회의 ‘미필적 고의’에 대한 보고서라 볼 수도 있다. 새 작품집 『미필적 고의에 대한 보고서』는 바로 골방과 그 바깥의 이야기가 교직하고 있다. 자신의 서사가 깨어졌다는 말에서 우리는 작가가 자신의 ‘실종’을 응시했음을 느낄 수 있다. 그 긴장감은 곧 작품 속 인물들을 낯선 서사의 배우로, 현대인의 자아에 대한 실종을 담아낸 초상으로 승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