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시꼬랭이 동네는 우리 옛 아이들의 살아 있는 이야기 마을입니다.
아이들이 겪은 일과 놀이, 풍습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과 눈물이 생생히 흐르고 있습니다.
크고 화려한 문화 대신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여서 지나쳐 버린,
자투리와 틈새 문화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정겨운 우리 동네입니다. (국시꼬랭이 동네 어귀에서 中)

’잃어버린 자투리 문화를 찾아서’라는 타이틀로 오래전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낸 <국시꼬랭이 동네 시리즈>에서는 향수가 느껴집니다. 나 역시도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향수와 정겨움이 느껴지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는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공감을 할까요? 물론 전혀 이해하지도 공감하지도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어린 시절을 느낄 수 있고 세대간의 격차를 좁혀줄 수 있는 역할은 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방앗간집 할아버지 환갑날, 돼지를 잡는다는 소식을 듣고 오줌보를 얻어 축구를 할 생각에 명수는 신이 났습니다.
잔치 전날 동네가 떠나갈 듯한 돼지 울음소리에 아이들은 잔치집으로 달려갑니다.
돼지 오줌보를 얻은 명수는, 오줌보를 주물럭거려 오줌을 몽땅 배고, 오줌보에 바람을 불어 넣습니다.
지린 내, 썩은 내, 구린 내, 비린 내가 코를 찔러, 대나무 대롱을 끼우고 바람을 힘껏 불어 돼지 오줌보를 고무풍선처럼 빵빵하게 부풀립니다.
명수와 아이들은 편을 갈라 축구를 시작합니다. 신나게 축구를 하다 명수가 공 위로 엎어져 공이 명수의 배 밑에 깔렸습니다.
서로 공을 뺏으려고 몸싸움을 벌이다가 돼지 오줌보 축구공이 터지고 말았어요.
짚으로 만든 공은 튀지도 않아 재미없는데, 통통 튀는 돼지 오줌보 공을 얻어 신이 났던 명수는 그만 울음을 터트립니다.

솔직히 저 역시도 돼지 오줌보로 축구공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생소합니다. 그러나 어린시절 그닥 풍요롭지 않았던 그 시절에는 주위의 작은 돌멩이도 놀이도구가 되었습니다. 나뭇잎을 빻아 소꿉놀이를 했고, 돌멩이로 공기놀이를 했죠.
그래서일까요? 생소한 이야기지만, 정다움과 그 시절의 향수가 느껴집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요즘 아이들은, 멋진 축구공에 축구화 그리고 운동복까지 갖추어 축구를 합니다. 조금만 낡아도 새로운 물건으로 교체를 합니다. 짚으로 축구공을 만들고, 돼지 오줌보로 축구공을 만드는 그 시절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이해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시대는 바뀌었고, 아이들에게는 지금에 맞는 놀이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아이들에게, 옛 아이들과 지금 아이들을 연결시켜 주고 싶습니다.
이런 문화가 있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소재가 마련되니까 말이죠.

어린 시절, 서울에서 살던 제가 시골 친척집에 놀러갔다가 처음 ’자치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처음 만난 먼 친척들과의 어색함은 자치기를 통해서 해소되었습니다. 이렇게 놀이는 서로를 연결시켜주는 끈이 됩니다.
<돼지 오줌보 축구>는 그렇게 지금의 아이들과 옛 아이들을 연결시켜주는 멋진 끈이 될 것입니다.

(사진출처: ’돼지 오줌보 축구’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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