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김새가 다른 동생을 위해 지어낸 작은 농담 하나가 쑥쑥 자라서 마침내 코끼리만큼 커다란 서사로 자리 잡은 집 이야기. 기존 소설집을 통해 굵직한 서사와 탄탄한 구성의 힘을 보여준 작가 조명숙의 첫 성장소설 『농담이 사는 집』은 ‘우리 시대에 가족이란 무엇인가?’란 화두를 두고 경쾌하게 쌓아올린 ‘농담이 사는 집’ 이야기다. 밖으로만 돌던 아버지가 어느 날 갈색 머리에 파란 눈을 지닌 아기를 데리고 돌아왔다가 얼마 후 돌아가셨다면… 엄마와 나 그리고 어린 동생을 가족으로 묶어두기 위해 ‘엄마의 외국인 연인(코끼리)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면… 그리고 많은 시간이 지난 후 동생이 친아빠를 찾겠다며 외국으로 떠난다면… 그 충격으로 엄마가 쓰러지신다면…. 『농담이 사는 집』은 그런 농담 속 엄마와 이모, 그리고 외할머니를 가족으로 둔 고등학교 2학년생 영은이의 이야기다.
바람둥이였던 외할아버지, 교통사고로 너무 일찍 가버린 아빠, 슬픔에 지쳐 수학 문제집 속으로 도망쳐버린 수학 교사 엄마, 쓸쓸하게 또는 외롭게 방긋방긋 웃기만 하던 할머니의 쓰러짐, 지나치게 씩씩해서 늘 위태로운 사진작가 이모, 그리고 소심하고 겁 많은 나…. 일견 암울하고 비관적일 것 같은 캐릭터들은, 그러나 폴카의 리듬처럼 경쾌하고 봄꽃처럼 따듯한 스토리를 꾸려간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코끼리 농담’이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면서 반전에 반전의 묘미를 끝없이 풀어내기 때문. 애초에 이모의 친아빠를 가정하고 생겨난 ‘코끼리’는 어느 순간 가족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끈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가족 구성원은 서로서로의 ‘코끼리’임을 자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