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주는 소소한 행복들에 익숙해져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할 때, 반복되는 시간들 속에서 내가 나를 잃었다고 느낄 때, 혹은 사랑을 잃었을 때 우리는 여행을 생각한다. 떠나는 이유, 동경하는 장소, 허락된 시간, 돌아오는 이유 등은 모두 다르지만, 여행이 주는 메시지는 모두에게 같다. 그곳에서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으리란 기대감, 전환된 마음이 일상을 즐길 수 있게 되리란 바람 같은 것. 무엇을 찾으러 떠난 길이 아니더라도 꼭 하나쯤은 얻게 되는 게 여행이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후 저자는 본격적으로 그림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꿈을 꾼 듯한 짧은 여행이 아닌 조금은 긴 여행. 그림을 위해 색다른 풍경을 찾아 계속 떠났던 이유도 있지만, 그 새로운 공기는 어느 순간 무방비로 놓여있던 저자의 마음을 열게 했고, 돌아와서의 일상들을 새롭고 아름답게 보도록 해주었다. 여행 그림들로 몇 차례 전시를 하기도 했던 저자는 차곡차곡 스케치북에 싸인 그 소중한 기억들을 동화적 메시지로 엮어 독자들에게 여행을 권하고 있다.
매일매일 일정 시간 동안 정해진 분량의 동그라미를 그리며 살아가는 소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소녀에게 어느 날 빨간고래가 찾아오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지만, 소녀는 자신의 일과 일을 해 얻게 되는 대가의 가치에 정신이 팔려 빨간고래가 외로워하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결국 소녀의 곁을 떠나가게 만든다. 그리고 그 빨간고래를 찾아 용기를 내어 길을 나선 소녀의 여행을 통해 길 위에서의 시간들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주는지,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들을 갖는 게 얼마나 중요하지를 알게 된다. 동그라미를 그리는 소녀의 하루는 우리 모두의 모습과 같다. 그래서 동화형식으로 풀어간 이 책은 기행 위주의 누군가의 여행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여행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리고 저자 특유의 환상적인 그림들은 여행을 꿈꾸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