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은빛 옷자락을 걸치고 우리한테 성큼성큼 다가오는 첨성대, 석굴암, 에밀레종, 세한도, 부석사, 상감청자, 분황사, 황룡사 구층탑, 서산마애불, 석가탑과 다보탑·······.
이 책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전반부는 창작 소설, 후반부는 미술사에 관련한 평론 등 이질적인 두 분야의 글을 한 권에 묶은 독특한 체재에 있다. 곧, 문학과 미술사학이 상보관계를 이루면서 새로운 담론 창출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문학의 입장에서,
첫째, 소설문학에서의 소재의 폭을 확장시키고 있다. 기존의 소설들에서 사건의 배경 혹은 소도구 수준에 머물러 있던 이 땅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을 정면으로 응시, 소설의 자장 안에 끌어들인, 그리하여 그것들의 아우라를 새롭게 펼쳐 보이려는 최초의 본격 창작물이다.
둘째, 현대의 서사문학에서 변두리로 밀려난 동화, 우화, 설화, 역사소설 등 전통적인 이야기 방식을 두루 동원, 대부분의 작품들이 ‘성인동화(成人童話)’의 성격을 획득함으로써 청소년층부터 어른들에 이르기까지의 범(凡) 세대적인 소설을 겨냥하고 있다.
다음으로 미술사학의 관점에서,
첫째, 문화유산에 대한 진지하고 무게 있는 해석(“낯설게 보기, 혹은 꿈꾸기”)은 그 자체로 훌륭한 미술평론의 구실을 하고 있다. 이는 앞부분의 소설들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시키는 바, 그것들이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오랜 연찬과 모색 위에 축조된 튼실한 구조물임을 확인시켜 준다.
둘째, 기존학계의 통념과 통설을 정면 반박하면서 문화유산 하나하나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한다. 예컨대, ‘백제의 미소’로 알려진 서산마애삼존불(瑞山磨崖三尊佛)은 우리 고대인의 ‘생명찬가’의 형상화로, 첨성대(瞻星臺)는 여성성의 원리를 반영한 선덕여왕의 성체(聖體)로, 에밀레종 전설은 심리학적으로 접근하여 중대왕실의 몰락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으며, 분황사(芬皇寺)는 일본의 견반여래상(見返如來像)들까지 확인하여 원효성지(元曉聖地)로 자리매김하고, 세한도(歲寒圖)는 완당 김정희(金正喜)의 삶을 추상화한 것으로, 또 부석사(浮石寺)는 고대 동양삼국을 뒤흔든 러브로망의 터전으로 파악하는 등등 일찍이 제기된 바 없는 새로운 해석을 담보하고 있다.
소설가이자 미술사학자인 성낙주는 이러한 구성과 관련해, 부모와 아이, 교사와 학생이 우리 문화유산 곁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말한다. 곧, 하나의 문화유산을 허구적인 소설로 친근감을 갖게 한 다음, 학문적인 여러 논점을 제공하고 그것을 독자적인 시각으로 해석해 독자의 것으로 돌려주려는 의도적인 작업의 산물이라는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감상 중심의 기행문이나 정보 위주의 역사, 미술 분야의 교양서적과는 그 감동의 진폭이나 인식의 양상이 사뭇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