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유럽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럽중심의 역사관을 갖고 있다. 세계사를 은연중에 서양사와 등치시키는 경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유럽의 산업화는 자체 동력으로 완성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그들의 자본주의가 전세계로 퍼져나가 현재의 세계경제(Global Economy)를 형성했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 책에서 이러한 유럽중심주의를 여지없이 혁파한다.저자들은 여러 개의 중심을 가진 복잡한 문화간 네트워크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즉, 적어도 1400년대부터는 세계체제가 작동하고 있었고, 그 속에서 각 문화권들이 서로 협력하고 갈등했으며, 한편으로는 폭력으로 기존 질서를 파괴하기도 했다(주로 유럽인들에 의해서)는 것이 저자들의 분석이다.
이 책은 기존의 세계사 서술이 안고 있던 유럽 중심주의의 한계를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이고 생생한 사례들로 세계경제의 형성 과정을 극명하게 보여줌으로써 대중적인 읽을거리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또 유럽 중심의 세계경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자행되는 끔찍한 폭력을 강조함으로써 지금의 세계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성찰의 기회를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