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성마르게 책장을 뒤적거리며, 포스트잇을 붙이고 되짚어 문장을 음미하고... 그렇게 책을 읽은 게 얼마만인가.『태엽 감는 새』이후 무려 7년 만에 내놓는 하루키의 소설『해변의 카프카』는 유년기의 종점이자 어른의 시발점인 '순수 원형' 15세 소년의 여행, 그리고 저마다 '상실'의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들을 통해 존재와 부조리, 선과 악의 다양한 층위를 변주하고 있는 작품이다. 여전히 세련되고, 섬뜩하고, 한편으로 동화같은 미감! 정교한 흥분이랄까. 그리스 비극에 대한 고찰과 일본 고전 에서 차용한 생령의 모습 등 문학적 모티프는 더욱 풍성해졌으며, 작가 스스로도 "캐릭터들이 저마다 잘 움직여줬다"며 깊은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재미있냐고? "그럼~ 하루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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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사람들과 익명의 고양이들이 서로 얽혀 살아가는 도쿄 시의 나카노 구 노가타, 이 고즈넉한 동네에 훌쩍한 키와 단단한 근육, 차가운 눈동자를 가진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열다섯 살 소년이 살고 있다.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예언한 아버지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에서 탈출해야만 하는 소년은 열다섯 살의 생일날 자신에게 ‘카프카’란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고, 어렸을 적 자신을 버린 채 집을 떠난 어머니와 누나를 뒤쫓아 도쿄에서 몇 시간이나 떨어져 있는 멀고 낯선 곳을 향해 떠난다.
기시감이라도 작용한 듯 잡지에서 한 번 본 적이 있을 뿐인 고무라 도서관을 찾아간 그는 어느 날 밤 까닭 모를 충격을 받아 의식을 잃은 후 어느 신사의 경내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깨어난다. 같은 날 밤 아버지가 살해됐다는 신문기사를 본 카프카는 아버지의 저주를 떠올리며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되고, 그러면서도 아버지의 저주대로 자신의 어머니처럼 느껴지는 고무라 도서관 책임자 사에키 상의 소녀 시절 생령에게 사랑을 느낀다.
한편 어렸을 때의 기묘한 사고 이후 모든 기억을 잃은 대신 고양이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나카타 상은 길쭉한 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은 채 위스키를 마셔대는 고양이 킬러 ‘조니 워커’와 만나게 된다. 영혼의 피리를 만들기 위해 고양이를 죽이는 이 잔인한 사나이와의 비극적인 만남 이후 나카타 상은 무언가에 이끌리듯 서쪽으로 향하게 되고, 죽음처럼 깊은 잠의 심연 속에서 깨닫게 되는 계시를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카프카의 흔적을 쫓아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