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냐치오 실로네의 소설은 권력자의 도덕적 위선과 가난한 사람의 삶에 관한 “절실한 증언”이자, 신념이 무너진 인간이 자신을 회복하는 “도덕적 치료법”이다
이탈리아 작가 이냐치오 실로네(1900~1978)의 장편소설 『빵과 포도주』가 최승자 시인의 번역으로 도서출판 고래의 노래에서 출간되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대를 살며 시대의 어둠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목격했던 실로네는 역설적이게도 평생 인간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잃지 않았던 작가이다. 『빵과 포도주』는 암울한 시대 속 누추하고 비좁은 보통 사람들의 삶 속에서 발견한 아름다움과 거대한 폭력에 저항했던 실로네 자신이 경험한 아픔과 서글픔, 분노와 기쁨의 경험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작품이다.
『빵과 포도주』는 실로네의 대표작으로 엄혹했던 시대를 관통했던 작가 자신의 치열한 삶이 녹아있다. 실로네 특유의 유머와 단순한 문체, 풍부한 성서적 상징과 시대의 심층을 치열하게 탐험한 이의 통찰력으로 작가는 인간이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시대를 건너 다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빵과 포도주』는 독재자 무솔리니가 장악한 자국 이탈리아 및 나치 정권의 독일에서는 금서로 지정되어 출간되지 못했으나, 전 세계 대중과 문단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19개 언어로 번역되고 수백만 부가 판매되며 20세기를 대표하는 문학 작품이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은 『빵과 포도주』의 무단 복제판을 인쇄하여 나치가 점령 중이던 이탈리아 전역에 배포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브로드웨이 연극과 영화 및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으며 독일의 작곡가 한스 아이슬러Hanns Eisler는 『빵과 포도주』를 바탕으로 7개의 칸타타를 작곡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