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 개구리소년 피살사건, 치과의사 모녀 살인사건... 지난 몇 년간 수사와 재판 과정이 끊임없이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며 온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사건들이다. 이 사건들의 수사 과정에는 수많은 법의학자가 등장하였다. 그러나 이들 간의 의견 대립과 혼선은 우리나라 검시제도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곤 하였다. 우리나라 검시제도는 사건 현장조차 제대로 보존하지 못할 정도로 낙후된 데다 전문 검시관조차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학계와 언론에서는 서구 선진국의 검시제도를 비교 분석하며 우리의 검시제도를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데 몰두하면서도, 정작 우리나라의 법의학 전통을 되짚어보고, 그 맥락 속에서 해법을 마련하는 일에는 소홀하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 법의학의 고전이 거의 소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조선 초기에 간행되어 영정조대에 이르기까지 300여 년 동안 조선 법의학의 기존 지침서로 활용되었던 『신주무원록』에 대해 지금까지 번역서나 해설서가 없다는 사실은 우리의 기본 사료 연구가 얼마나 척박한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신주무원록』은 검시의 지침을 다룬 법의학서이면서,한편으로는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범죄와 얽힌 생활사의 다양한 측면을 담고 있는 생활사 연구의 자료이기도 한 귀중한 사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