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지능의 테크놀로지』『사이버 문화』『디지털 시대의 가상현실』『집단지성』 『지식의 나무』에 이어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피에르 레비의 여섯 번째 책이다. 피에르 레비의 거의 모든 저서가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만큼 피에르 레비에 대한 한국적 관심은 대단히 높다. 그것은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를 다투는 한국 사회에서 다가올 사회적 변화, 그 일상적 충격을 해석하고자 하는 욕망을 반영하는 듯하다.
피에르 레비가 사회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하는 학자인 만큼 그의 관심분야는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인류 문명사에 끼치는 영향이다. 이미 우리들에게는 익숙한, 인터넷을 비롯한 디지털 환경을 피에르 레비는 인류학적 견지에서, 인류 문명사 발전의 연장선상에서 살펴본다. 특히 이 책 『누스페어』는 피에르 레비의 대표적인 용어인 ‘집단지성’의 개념과 인류학자이자 고고학자인 테야르 드 샤르댕의 ‘누스페어’ 앞에 설명한 ‘집단지성’이 인류가 축적한 사이버공간에서 형성하는 세계를 누스페어(noo:정신+sphere:시공간)라고 한다.
『누스페어』에서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의해 구축되는 사이버공간을 새로운 세계의 도래로 보고 있다. 이 새로운 공간에서는 종래의 정체성이 무화되고, 과거의 관계나 형태들 역시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즉 모든 것은 “새로 시작한다.” 이런 과거로부터 축적된 일정한 흐름과의 단절, 그리고 비약을 거쳐 새로운 차원의 세계에 돌입하는 과정은 가히 혁명이라 부를만하다. 여기에서 피에르 레비는 다시 인류가 겪었던 ‘신석기 혁명’으로부터 현재 변화의 근원을 탐색한다. 분산과 통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진화라는 대장정의 길을 걸어온 인류 문명 발달의 연장선에서, 오늘날,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사이버공간의 무한한 확장은 인류가 새롭게 시작한 문명사 진화의 한 정점임을 저자 피에르 레비는 특유의 감상적이고 낙관적인 목소리로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