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전반에 걸쳐 커다란 사상적, 사회적 영향을 끼친 대표적 지성 버트런드 러셀의 (1988년 초판 발행)이 15년만에 열린책들에서 재출간되었다. 이 책은 1938년 나치즘의 득세로 유럽의 민주주의가 위협받던 상황 하에서 씌어진 책으로 당대의 불안한 정치 상황의 이론적 정리와 대안 제시의 성격을 지니며 현실 정치에 관심을 놓지 않았던 러셀의 정치 사상이 가장 명료하게 드러나 있는 저작이다.
마르크스가 사회를 경제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프로이트가 성을 통해 사회와 종교의 근저에 깔린 기반을 밝혔듯이 러셀은 이 책을 통해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권력Power’을 둘러싼 인간의 제활동과 심리 작용임을 밝히고 있다. 원시적인 권력과 왕권, 교황권 등 동, 서양 고금의 다양한 권력 양태들과 20세기 들어 새로이 등장한 미디어와 혁명 세력, 경제 권력의 분석을 통해 러셀은 변치 않는 권력의 기제가 사회적인 모든 활동에 내재해 있음을 일깨워준다. 러셀은 폭넓은 역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그의 논거를 풍부하게 해주고 있지만 단순히 거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에 참여한 인물들의 심리까지 깊게 천착함으로서 ‘권력 심리학’이라고 부를 만한 의미 있는 성과를 탄생시켰다.
또한 이 책은 평생을 시대의 요청에 대한 응답에 게으르지 않았던 러셀의 참여정신을 잘 보여 주는데 파시즘의 대두와 더불어 위기에 처한 서양 문명과 민주주의의 존속이라는 문제의식이 책의 전편에 걸쳐 밑그림으로 깔려 있으며 약육강식의 권력 게임을 멈추게 하기 위한 대중들의 안목과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당대의 근본 문제를 드러내고 위기의 등장을 대중들의 참여와 감시로 극복하자는 그의 호소는 진정한 지성인의 교양이란 것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전범을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