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작가의 에세이 『받아쓰기』는 그 부제 ‘내가 머문 아이오와 일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 아이오와에서 머문 3개월 동안의 일상을 매일같이 일기로 기록한 에세이다. 2015년 8월 22일부터 11월 11일까지, 33개국에서 온 34명의 시인, 소설가, 번역가와 함께 문학으로 책으로 어울렸던 기록의 결과물이다. ‘일기’라는 장르의 특성상, 그보다 김유진 작가의 기질적 특성상, 『받아쓰기』는 그 어떤 과장된 감정적 흐름도 없고 과대하게 포장된 일상도 없고 다만 ‘있음’의 ‘있음’을 정확하게 적어감으로써 읽는 우리들로 하여금 보다 자유롭게 저만의 그림을 그리도록 유도한다. 때문에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어나가는 맛이 담백하면서도 묘하게 슴슴한데, 조미료와 같은 그 어떤 가공물이 첨가되지 않았다는 확신 앞에서 그 뒷맛이 무척이나 건강하게 남는다.
‘걸어본다 아이오와’라고 했지만 이 책에는 아이오와에 대한 일절의 정보가 들어 있지 않다. 김유진 작가가 걸어본 3개월 동안 아이오와는 관광지가 아니라 삶의 터전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 시간 동안 작가의 곁에 머문 동료 작가들과의 소소한 일상이 드라마를 보듯 선명하게 펼쳐진다. 언어를 초월하고 성별을 초월하고 인종을 초월하여 한 공간에서 한데 섞여 벌어지는 일련의 이야기들을 보고 있자면 ‘모국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그 ‘언어’적인 부분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분명하게 알게 되는 사실이라면 “어떤 나라에서 누군가의 나라로. 그곳은 아주 먼 곳이면서, 동시에 더이상 멀지 않은 곳”이라는 받아들임, 아마도 그에 가까운 심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