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숙의 시는 불교적 사유가 서정으로 출렁인다. 시간과 공간은 전생에서 후생까지 무량하고 지상에서 천상까지 무한하다. 이런 시공 안에서 시간은 단청처럼 다채롭게 흘러가고 공간은 물비늘처럼 반짝인다. 자아와 인생사와 가족사와 자연 사물과 사건들은 잠인지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게 "한없이 슬프고 처연"한 멜로디로 지나가기도 하고, "항아리 속 해묵은" 씨 간장처럼 "색과 맛을 바꿔가며" 지나간다. "해외 달과 바람과 눈비"를 맞으며 지나가기도 하고, "새소리 바람소리 천둥소리"로 지나간다. 추상의 당신이 강물처럼 흘러가기도 한다.
이런 시간 안에 동생이 사는 베트남과 천 길 낭떠러지 차마고도와 어머니가 고요하게 잠들어 있는 춘삼월 봄날 풍경이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고양이가 로드킬 당한 도로와 청산도와 시인의 고향인 평택 오일장도 있다. 어미소가 새끼소를 핥아주는 "모정의 문신이 별로 박히"는 목가적인 풍경도 있다. 시인의 근원적이고도 착한 자아와 불교적 사유가 도저한 시집을 읽는 기쁨이 크다. 이 시집을 "찬란한 별밭과/향기로운 꽃밭"에서 넘겨보며 다시 한번 서정의 파도로 출렁여보고 싶다.
- 공광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