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게 사과나무를 심은 할아버지
날마다 아파트 뒤편 숲길을 산책하는 할아버지가 있다. 사과 하나를 들고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조용히 걷기만 하는 할아버지 뒤를 어느 날부터인가 개와 고양이, 산비둘기 두 마리가 조용히 따라간다. 그리고 숲길과 나무 잎사귀들, 무당벌레가 이들을 지켜본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신호등은 생각에 잠겨 길을 걷다 멈춰선 할아버지가 다 건너갈 때까지 신호를 바꾸지 않고, 오래된 아파트는 할아버지가 잘 다녀오도록 불을 켜둔다.
산책을 쉬고 병원에 가서 종합검진을 받은 날, 좀 더 큰 병원에 가서 정밀검진을 받아보라고 권유하는 의사의 말에 할아버지는 암에 걸렸음을 직감한다. 그러나 더는 묻지 않고 이전과 다름없이 뒷숲을 산책하고, 더 이상 병원을 찾아가지도 않는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나무 시장에서 사과나무 묘목을 사 와 아파트 뒤편 숲에 심는다. 나무 친구들은 영양분도 부족하고 햇볕도 충분치 않은 이곳에서 사과나무가 잘 자랄지 걱정하지만, 할아버지는 무럭무럭 자라날 사과나무를 생각하며 변함없이 산책을 한다.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_사과나무숲』은 사색하듯 숲길만 바라보고 걸어가는 할아버지와 그런 할아버지를 지켜보고 그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동물, 자연, 사물, 감정 등 유무형의 시선들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과 사물들이 뒤엉켜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