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계보학적 고찰
『국가란 무엇인가』의 전반부는 국가의 개념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라면, 후반부는 국가가 변모해온 역사적 과정에 대한 고찰이다. '국민, 주권, 영토’라는 국가의 3요소는 역사적으로 국가가 변화할 때마다 추가된 것으로, 원래부터 존재하던 국가의 요소가 아니었다. 근대에 들어와 확립된 이러한 요소들은 현재의 국민국가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폭력을 일원화함으로써 주권을 획득하고, 국경선에 의한 영토를 획정함으로써 한 명의 군주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국가 자체의 영속적인 보전을 가져왔다. 그리고 폭력을 통해 부를 수탈하는 대상이었던 대중들을 같은 국민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음으로써 내재하던 폭력을 외부로 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국가를 자본의 시녀 정도로 생각하고, 국가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국가가 해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 저자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국가는 징수되는 부(富)가 생산되는 방식(경제체제)과 물리적 폭력의 행사를 떠받치는 기술(폭력의 조직화와 가공)에 의해 그 형태를 변화시켜 왔다. 국가는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는 것뿐이다. 따라서 “국가와 자본주의를 동시에 폐지시켜 줄 ‘만병통치약’을 구하는 일은 사상적으로나 실천적으로 일종의 후퇴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