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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단어의 배신
글쓴이
박산호 저
출판사
유유
출판일
2017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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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박산호

번역가이자 소설가. 한양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브루넬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영화 〈툼스톤〉의 원작 《무덤으로 향하다》를 옮기며 번역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번역과 동시에 자신만의 목소리로 글을 쓰기 시작하여 소설, 산문, 그래픽 노블, 인터뷰집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써왔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관점에 갇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라는 그는, 문학이야말로 그 벽을 허무는 힘이라고 믿는다.
청소년 소설 《오늘도 조이풀하게》 《너를 찾아서》 등과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긍정의 말들》 등의 에세이를 썼다. 《헤드샷》 《오래된 책들의 메아리》 등 100여 권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라일라》로 제18회 유영번역상을 받았다.

책 소개

분야인문학산책
단어를 배우고 익히는 법

우리는 처음 세상에 태어나서 낯선 단어를 어떻게 배우고 익혔을까? 한 입 깨물면 아삭 소리가 나는 빨갛고 동그란 것을 가리키며 누군가 ‘사과’라고 알려 주었다. 얼굴 아래쪽에 도도록이 붙어 있는 얇고 부드러운 부분을 만지며 ‘입술’이라고 발음해 주었을 것이다. 차가운 바람이 불던 하늘에서 하얀 결정이 떨어지면 ‘눈’이라고 외치면서 창가로 우리를 데려갔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단어를 일대일 공식처럼 외우다가 점차 다채로운 말들의 풍경과 소리를 채집하면서 단어의 맛을 알아 간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결정체도 ‘눈’이지만 무언가를 볼 수 있는 감각 기관도 ‘눈’이라는 것을 배우고, ‘눈이 나빠졌다’는 말은 시력이 떨어졌다는 의미, ‘눈이 정확하다’는 것은 사물을 보고 판단하는 힘이 정확하다는 의미임을 알게 된다. 하나의 단어에는 다양한 뜻이 담겨 있고, 맥락에 따라 확장된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외국어도 마찬가지다. 가장 친숙한 영어를 예로 들겠다. arm은 신체 부위 ‘팔’뿐 아니라 ‘안경다리, 소매, 팔걸이’도 가리킨다. ‘무기’라는 뜻도 있다. ‘배신하다’라는 뜻으로 잘 알려진 betray는 ‘정보나 감정을 무심코 드러내다’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무심코 드러내는 것은 자신의 본심을 배신하는 셈이니 ‘배신하다’에서 확장된 의미라 볼 수 있겠다. 한국어 ‘눈’처럼 영어 eye도 ‘눈, 시력, 안목, 목적’ 등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영어를 모국어만큼 활용하지 않다 보니 대개 배움은 사전의 1번 정의에서 그치고 만다. 그러다 보면 doctor는 ‘의사’라는 뜻에만 익숙해져서 ‘박사’라고 번역해야 할 경우에도 무의식적으로 ‘의사’라고 옮기는 일도 빈번하게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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