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말로 전쟁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열광과 거부, 친숙함과 낯섦, 그 모순의 공존
전쟁학 군사학의 권위자인 저자는 클라우제비츠부터 존 키건에 이르기까지 전쟁사와 군사학의 대 선배들에게 최대한의 경의를 표하고 있지만 사실 매우 대담하면서도 야심찬 저서를 내놓고 있다. 흔히 ‘전쟁’의 대립항 혹은 잉여로만 여겨지는 ‘문화’를 살펴보는 것은 지금껏 논의에서 배제된 나머지 부분을 살펴본다는 것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그 속에서 전쟁의 실체를 발견한다.
저자는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전쟁을 받아들이기 위한 문화가 먼저 존재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온갖 불필요해 보이는 ‘부수적인 것들’이 실은 전쟁을 유지시키는 본질적인 것이라는 놀라운 통찰이 드러나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것들을 소홀히 한 국가나 군대가 어떻게 스스로를 파멸시키고 전쟁에서도 패배하게 되는지를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선전포고와 포로의 대우와 같은 전쟁의 내재적인 규칙들을 지키지 않는 무법자, 전쟁을 진지하게 자신의 사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기개 없는 병사들, 맹목적으로 전투와 살상에만 몰입하는 영혼 없는 기계들은 전쟁을 승리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에 대해 조롱하거나 전쟁을 무시하는 이념들에 대해 저자는 냉소를 날린다. 맹목적인 열광과 마찬가지로 어설픈 조롱과 반감 역시 집단의 힘을 약화시키고 전쟁을 패배로 이끄는 독소라는 것이다. 전쟁의 실체, 즉 전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만들고 받아들이는 총체적인 문화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집단은 항상 전쟁에서 패배해 왔던 것이다. 이렇게 크레펠트는 책 전체를 통해서 극단적인 전쟁광과 반전주의자들 모두와 ‘전쟁’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