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연주가에게 그가 다루는 악기는 아마도 그 존재의 절반 이상을 규정하는 키워드일 것이다. 바이올린 없는 파가니니, 성대 없는 칼라스나 카루소를 상상할 수 없듯, 첼로 없는 카잘스 또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파블로 카잘스라는 인간을 그저 첼리스트 카잘스만으로 인식하기에 그의 삶은 너무도 맹렬히 박동한다. 에스파냐 카탈루냐 마을에서 가난한 교회 오르가니스트의 장남으로 태어나 20세기 최고의 첼리스트로 남기까지 아흔여섯 해의 그 긴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음악을 통한 봉사였다. 그의 삶을 가로지른 에스파냐 내전과 제1.2차 세계대전, 그리고 종전 후의 혼란과 냉전을 거치며 그에게 음악과 악기는 궁극적인 목표이기보다는, 삶을 섬기고 지키기 위한 제물이며 무기가 되었다. 카잘스의 온화하고 노래하는 듯한 어조로 구술된 이 책은 한 인간의 초상을 넘어 다양한 인물과 매혹적인 개성들이 펼치는 ‘20세기 오디세이’로 읽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