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획에서 중국의 여성지식인 쑨 꺼에 주목한 것은 그가 중국대륙에서 동아시아 단위의 사유에 대해서 제일 먼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인물이라는 점 때문이다. 쑨 꺼는 중국 지식인으로서 일본에서 일본문학을 공부하고, 중일사상 혹은 중일문학을 비교연구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그로 하여금 동아시아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일본의 문학자나 사상가들의 사상을 탐사하면서 자신의 사유를 정리해나가는 것이 일차적으로 그의 중요한 작업이다. 예컨대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나 타께우찌 요시미(竹內好)에 대한 연구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에는 문학 혹은 사상적 차원의 탐색을 넘어서 중국과 일본의 역사 기억의 문제, 또 그것들이 각자의 민족감정에 미치는 영향과 그것의 극복문제에 대해 직접 개입하는 시사적이며 정론적인 집필작업을 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그가 동아시아를 논의하면서 국민국가의 경계 안팎에 대해 고루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아시아론 가운데에서는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문제가 핵심의제의 하나인데, 국민국가 경계의 안과 밖 양쪽 모두를 생각하는 복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할 때, 쑨 꺼는 일본 지식인의 경우 쉽게 국민국가를 넘어서려는, 즉 국민국가를 해체하려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지적한다. 그는 국가 단위의 경계를 강조하거나 그것을 간단히 부정하는 것 모두 진정한 문제에 대한 회피를 조장할 수 있다는 데 아시아담론의 관건이 있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지적 긴장을 유지해야 진정한 동아시아적 시각이 세워진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