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 단순히 연대기로 짜맞추고 있지는 않는다. 또한 고정된 틀로 책들을 엮어 절대화시키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사회문화를 구성하는 주제에 따라 고전들을 분류하여 일상의 문제로까지 접근시킨다.
“내가 여기서 행한 책들의 선별 작업은 새로운 정전을 구축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여기서 그것이 불가능한 이유는 간단하다. 정전을 마련한다는 것은 전체 문화가 참여하고, 한 사회의 미학적?사회적?정치적?종교적 확신이 함께 작용하는 선택과 제외의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원전 800년에서 시작하여 기원후 2000년에 끝나는 목록을 작성할 의도도 없다. 어느 누구도 그토록 긴 시간 속에서 어떤 것을 상상할 수는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우리를 시간적으로 분류하여 만나지 않는다. 우리는 경제와 정치에 관련되어 있고, 문명의 강제에 대해 화를 내고, 사랑하고, 자녀를 양육하고, 책을 읽고, 텔레비전을 보며 영화관에 간다. 우리가 그것들에 몰두하고 있긴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한 범주로 분류한다면 그것들은 아주 모호하게 나타날 것이다. 실제로 우리들은 항상 특정 구조의 틀 안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그 틀을 다시 인식할 수 있다면 늘 자신이 어느 위치에 처해 있는가를 알 것이다.
나는 우리들 일상의 이런 구조를 이 책에 담았다. 따라서 책들을 연대기가 아니라 주제에 따라 분류했다. 각 장들의 제목은 마치 등대처럼 길을 밝혀줄 것이다.”(본문 中, 27~8쪽)
이 책의 차례를 보면 저자가 책들을 분류해놓은 범주들을 훑어볼 수 있다. 그 범주들은 문명을 지탱하는 여러 요소들을 담고 있다. 정치사상을 다루는 고전들 외에도 ‘학교 고전’, ‘셰익스피어’, ‘아동도서’, ‘성’, ‘경제’, ‘유토피아 : 사이버 세계’ 등으로 구성된다.
이렇듯 이 책은 방대한 범주들을 다루고 있지만 결코 모든 전문 분야의 고전들을 총망라하고자 욕심 내지는 않는다. 저자가 선택한 기준은 다름 아니라, 오늘날 ‘고전’으로 여겨지는 책들과 각 분야에서 이미 인정받은 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