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미지와 기억』은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그저 이미지로서 소비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던 스페인 문학자의 노력에서 탄생했다. 저자인 전기순은 오랜 세월 동안 스페인 문학을 연구한 학자로서 스페인어권 문화 전반에 걸쳐 관심을 기울이며 한국의 문화적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 번역과 저술 활동을 해 왔다. 스페인 문화와 역사 전반에 대한 개론서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그러한 노력의 결실이라 할 것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크게 이미지와 기억의 두 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억, 즉 스페인의 역사는 독자들이 스페인을 이해할 수 있게끔 커다란 줄거리를 제공한다. 이베리아반도의 원주민들부터 이슬람 문명과의 조우, 레콘키스타, 대항해시대, 스페인 내전에 이르기까지 스페인의 긴 역사를 치우치지 않고, 속도감 있게 조망하고 있다. 이미지는 우리가 갖고 있는 스페인에 대한 이미지를 뜻한다. 저자는 숱한 이미지들의 뿌리들을 찾아 가는데, 그것들이 역사와 만나 전체의 줄거리 속에서 제자리를 찾게 된다.
투우나 플라멩코처럼 잘 알려진 스페인의 문화적 아이콘 외에도 다양한 식문화와 복권처럼 시시콜콜한 것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스페인적인 것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느껴진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렇듯 풍성한 이미지들을 제공하며 스페인의 역사라는 줄거리 위에 그것들을 배치해 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 책은 스페인에 대한 대중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