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만들어진 신』의 리처드 도킨스와 『신은 위대하지 않다』의 크리스토퍼 히친스 등 이른바 ‘새로운 무신론자들’에 의해 다시 지펴진 신에 관한 논쟁. 과학의 시대에 종교는 정말 무용지물인가? 이성은 믿음 없이 홀로 설 수 있을까? 이슬람 근본주의와 테러리즘은 왜 생겨났으며, 세계화된 자본주의하의 고달픈 삶에서 믿음은 어떤 의미를 지니나? 이 책은 이러한 의문에 대해 마르크스주이자의 시선으로 무신론을 비판하며 그 해답을 전개하고 있다.
박학한 좌파 이론가이자 탁월한 논쟁가인 테리 이글턴은 이 책에서 새로운 무신론자들, 이른바 자유주의적 합리주의자들의 세계관을 해부하고 반박하는 동시에, 우리 시대의 앎과 삶 전반에 관한 비판적 관점과 분석틀을 제시한다. (마르크스주의자가 무신론을 비판하는 특이한 경우다.) 예수 시대에서 중동의 최근 역사까지, 토마스 아퀴나스에서 9.11까지, 에우리피데스에서 토마스 만과 살만 루슈디, 슬라보예 지젝까지, 시간과 공간을 거침없이 오가며 그는 과학과 신학, 합리성과 진보의 이데올로기, 자본주의와 인간해방, 문명과 문화와 야만에 관해 예리한 해석을 제시하고 우리가 이뤄내야 할 세상의 비전을 그려 보인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삶의 기본 조건과 관념들, 그리고 역사를 다시금 곱씹어 보라고 우리를 자극하기에, 이 책은 다소 독자들에게 불편한 심기를 안겨주기도 한다. 특히 믿음의 의미에 대해 별다른 생각 없이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는 동시에 우리 모두의 눈을 열어준다. 과학자와 신학자, 종교인뿐 아니라 신에 관한 논쟁의 초점과 배경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일반 독자에게 ‘불현듯 눈이 밝아지는’ 경험을 안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