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에 있어서 갖춰야 할 요소는 어떤 것이 있을까? 나는 기술직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업무처리능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회사생활에 임했었다. 하지만 최근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업무능력을 평가 받을 때, 영업직이나 컨설턴트에게나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커뮤니케이션 스킬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업무능력은 뛰어나나 어눌한 말솜씨 때문에 실제 능력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사원들을 심심찮게 봐왔다. 반면 업무능력보다 유창한 소위 ‘말빨’이 좋은 사람들은 되려 과대평가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전자의 경우 처리한 업무에 비해 팀장이나 고객과의 의사소통의 문제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다. 아무리 기술직에 기술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곤 하지만 자신이 어떤 일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처리했는지 표현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처리결과를 전달할 수 없게 된다. 물론 바보가 아닌 이상 그 정도로 표현을 못하진 않겠지만, 생각 외로 이런 경우가 많이 생긴다. 그렇다고 후자의 경우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기술직이다 보니 실제 능력보다 부풀려지는 경우가 많아 프로젝트 진행 시 부과된 업무의 처리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말빨’만 좋은 사람이 프로젝트의 리더로 참여하는 경우 결과물의 현실성이 떨어져 어려운 상황에 처할 확률이 높아진다.

어느 정도의 업무처리능력을 갖추고 난 후 보다 제대로 된 업무협의 및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또한 성과를 낸 만큼의 보상을 받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공부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사원의 능력을 평가할 때 객관적인 업무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맞지만, 앞으로도 함께 일해야 하는 사원이기에 팀장의 주관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선임, 후임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자신의 주장이나 의견을 표현하면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무시하는 발언을 하지 않기 위해서, 지나친 겸손이나 과시를 하지 않기 위해서, 제대로 된 업무능력 평가를 받기 위해서.. 하지만 이런 방법을 책을 통해 배울 수 있기는 한건가?

책의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사회나 조직은 조용히 업무처리만 하는 사람보단 말 잘하는 사람을 더욱 선호한다. – 당연히 어느 정도의 업무처리 능력을 갖춘 – 단순하지만 선임의 부탁을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하는 방법, 후임에게 조언하는 방법, 업무 협의나 영업 중 고객의 의사를 존중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지해 나가는 방법, 사과하는 방법, 설득하는 방법 등을 일련의 사례들을 들어가며 서술해 나간다.

물론 책의 내용은 다른 자기개발서 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일취월장 향상되는 것도 아니다. ~~하는 방법이나 선택해야 하는 단어, 특정상황에서의 대화법 등 몇몇 가지는 몸에 익혀두면 유용할 내용도 있지만, 오히려 건방져 보일 수도 있는 대화법도 많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좋을 것 같지 않다. – 저자가 일본인이라 약간의 문화 등의 차이가 보여진다 – 커뮤니케이션이란 것도 사회적인 혹은 조직적인 약속이 전재되어야 한다. 내가 책을 통해 습득한 말하기 방법이 상대의 기분을 언짢게 한다면, 올바른 대화법이 아닐 것이다. 책을 통해 상황에 따른 적당한 대화법을 자신이 소속된 집단이나 조직의 커뮤니케이션방법과 비교하여 최적의 표현법을 만들어 내는 응용력 또한 필요할 것이다.

사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 –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내 의사를 조리 있게 표현하는 일련의 방법들 – 에 대한 내용에 깊이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논리 정연하게 말하는 방법은 오랫동안 축적된 지식과 경험 등이 바탕이 되어야 하니 단순하게 글로써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각 상황에 따라 어떤 단어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사용된 예시들도 많은 괴리감이 있다. 사회생활을 하며 말을 조리 있고 상황에 맞으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의사표현이 중요하다는 한가지 의미를 깨달은 것 만으로 만족하기엔 약간 시간이 아깝기도 하다. 내가 자기개발서들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의 내용이 읽어가면서 이미 알고 있던 부분이란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 당연히 알지만 실천하기 힘든 것들 – 이 책 또한 상황에 따른 말하기를 예를 들어가며 실전에 맞게 꾸민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어느 정도는 이미 인지하고 있는 부분임에 다른 자기개발서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

윗부분에서 말한 제대로 된 업무능력을 평가 받고, 고객과의 대화를 자신에게 유리한 고지로 이끌어가기 위해선, 많은 경험과 지식이 축적되어야 하지 않을까?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배워야 한다고 적었지만, 그것은 이미 버릇이 되어 고치기 힘든 말투나 잘못된 단어의 선택, 혹은 감정적인 어투를 고쳐야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또한 말주변이 없어서 – 지나치게 소극적이거나 대화에 대한 두려움 –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을 고쳐야지 무조건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배우고 암기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적당한 말하기의 가이드라인은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글의 시작에 비해 전혀 다른 결론을 적고 있지만, 단순하게 예를 통한 말하기 방법이나 프레젠테이션 스킬을 암기해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향상될 일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좀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대화하며, 감정의 컨트롤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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