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가장 주목받는 팩션작가 허수정의 신작 팩션. 통신사절단의 연쇄살인사건을 그린 『왕의 밀사』(2008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암살을 파헤친 『제국의 역습』(2009년)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때는 선조의 선전교시가 방방곡곡 내려오던 1636년. 사람을 찾아달라는 왜관 상인의 부탁을 받고 조선 탐정 박명준은 소개 받은 이방인과 까마귀 마을을 찾아 나선다. 마을을 찾아 나선 지 3일째, 한밤중 승냥이 떼에 쫓기다 낭떠러지를 굴렀는데 악몽을 꾸다 깨어나 보니 까마귀 마을이었다.
마을은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마을을 통치하는 신관이 있고, 성황당은 마치 일본의 신사처럼 크고 우람했다. 아이들 무덤이 마을 외곽에 무더기로 있는 것도 범상치 않았다. 보통은 아이들 무덤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작은 마을인데 비해 대장간 규모가 너무 큰 것도, 우물이 너무 많은 것도, 청년들의 수가 인구 비례에 맞지 않게 많은 것도 이상했다. 공교롭게도 그들이 마을에 들어간 첫날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이 모든 게 외부에서 들어온 두 이방인의 소행이라는 악의적인 소문이 돌면서 둘은 살해의 위기에 몰린다. 한편 마을 주민들은 다시 망령들이 돌아왔다며 두려움에 떤다. 박명준은 마을 주민들이 두려워하는 망령의 정체를 파헤쳐 나가는데…….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팩션으로 유명 역사 인물을 다룬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그러나 한 마을의 비극은 당시 황폐해진 조선의 비극, 이후 근대 일제하의 비극, 한국전쟁의 비극으로 확장될 만큼 보편성이 두드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