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연애열이라는 개념을 중심에 두고 이 시기의 문화를 살핀다. 이 책에 등장하는 문화는 국사책에 오르내릴 만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유행’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이다. 헤어스타일이며 옷차림, 사람들이 많이 읽은 연애소설, 연애편지의 유행 등의 이야기는, 근엄하고 딱딱한 역사책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것들이다. 더구나 신문과 잡지의 삽화며 만화, 광고 등의 시각 자료들은 일제 강점기 신문의 영인 축쇄본에서도 잘려 나가기 일쑤였던 것들이다.
하지만 ‘진지한’ 사람들이 우습게 볼 수도 있는 ‘연애’와 ‘사랑’이라는 개념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해서 이 책이 만만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시선을 잡아끄는 여러 편의 그림(80여 종이 넘는다)에 눈을 뺏기면서 책을 읽어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1920년대 초반 우리나라의 문화계를 풍미했던 ‘개량 개조론’의 진면목을 깨닫게 된다. 나아가 오늘날 우리가 당연시해왔던 매우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들―연애며 결혼, 가정―이 실은 외부적인 힘에 의해 근대에 이르러 비로소 형성된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1920년대 초반을 지배했던 달뜬 연애의 열기와 오늘날 우리의 삶과는 과연 아무 연관이 없는 것일까, 궁금증을 품을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