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트웨인이 예순의 나이에 증기선을 타고 적도 여행을 떠났다. 당시 그는 '세계 최고의 작가'라는 명성과는 달리 자신이 운영하던 출판사의 부채를 고스란히 떠맡은 처량한 신세였고, 이 강연 여행에는 막대한 채무를 해결하려는 본래의 목적이 숨어 있었다. 여행은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해 적도를 따라 하와이, 오스트레일리아, 피지, 뉴질랜드, 스리랑카, 인도, 남아프리카 등을 경유하여 12개월 동안 진행되었는데, 퀸즐랜드의 가혹한 노예잡이,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멜버른 컵 경마대회, 오스트레일리아의 상어잡이, 인도만의 특이한 풍습 사티, 조로아스터식 장례식, 남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채굴 등 지구촌 곳곳에서 만난 생생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당시만 해도 이 지역들은 원시성을 벗어나지 못한 '제3세계 국가'에 속해 있었고, 평소 인종차별 등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던 마크 트웨인은 이 책을 통해 문명화로 인해 변질되어 가는 원주민의 삶과 애환, 그리고 정치 사회적 주제들을 대가다운 필치로 가감없이 펼쳐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여행기의 가장 큰 매력은, 마크 트웨인의 입담에 있다. 선상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혹은 방문하는 지역 곳곳에서 듣게 되는 19세기 당시 풍속과 루머를 전하는 솜씨가 만만찮다. '세상에 이런 일이'류의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이 허풍, 사견에 교묘히 섞여 일사천리로 진행되는데, 장담컨대 당신은 담배를 끊기위해 고전하는 첫 장면에서부터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이라는 마크 트웨인의 입담에 푹 빠져들 것이다. 19세기 남성들이 'smoke time'에 자기들끼리 모여 킬킬거리며 나누는 사담이 이런 종류가 아니었을까. 빚쟁이의 고뇌일랑 아랑곳 없이 유머와 풍자, 그리고 페이소스가 팔딱팔딱 숨쉬는 마크 트웨인의 유쾌한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본문에는 시대적 분위기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44컷의 관련 사진과 그림, 대장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세계일주 경로가 표시된 지도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