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의 모래』 최초의 완전 번역
551수의 전체를 원문과 함께 초판본 편집 그대로 살려 수록
이 책에 실린 단카들은 자연스러운 생활감을 드러내고 있기에 언뜻 보면 읽기 쉽게 다가온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절묘한 호흡으로 단카의 전통 구조인 5·7·5·7·7조를 유지하는 작가로서의 테크니컬한 면모와 함께 다쿠보쿠가 발견한 잔혹한 시대의 풍경과 스스로의 내면 풍경을 치열하게 중첩시킨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에서 고독과 자조적 아이러니, 방탕과 질서, 고향을 향한 그리움과 사회 혁명, 안중근 의사의 의거와 삶의 슬픔이 뒤섞이는 독특한 광경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실현시키는 작가적 역량이야말로 모더니스트로서의 다쿠보쿠가 체득하게 된 능력이자 그가 ‘천재’라고 불리게 된 문학적 이유이기도 하다.
필요한책의 『한 줌의 모래』 번역은 일본 중세문학 전문가이자 근대 일본 시가문학에 관한 탁월한 저작들을 만드신 엄인경 고려대학교 HK교수님께 의뢰하였다. 그리고 신초샤판(1952)과 슈에이샤판(1972), 이와나미문고판(1993)의 『한 줌의 모래』를 번역 저본으로 삼아 비교 대조하며 진행했습니다.
제작에 있어서 주안을 둔 것은 원전의 호흡을 살리는 일이었다. 다쿠보쿠는 생전에 『아사히 신문』의 교정 교열 담당이기도 했다. 나쓰메 소세키, 모리 나가이 등의 대작가들과 교류하며 전집 등 당대 작가들의 작품을 교정 교열한 이시카와 다쿠보쿠가 직접 편집을 맡은 『한 줌의 모래』였기에, 그가 편집자로서 의도했던 호흡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후 판본들의 구성이 아닌 초판본의 펼침면 4수 형식을 그대로 살리기로 했다. 또한 전체 원문을 수록함으로써 다쿠보쿠가 본래 의도했던 시적 호흡과 의식의 흐름을 완전하게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